삶의 자동화와 뇌의 자동화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26 September 1849 – 27 February 1936)은 학습심리학(Psychology of learning)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다. 여러분에게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익숙한 사람이다. 이 실험의 핵심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 어떤 반사작용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던 중립적인 자극이 인간이나 동물에게 본능적인 반사작용을 일으키는 자극과 연합되면, 마치 원래부터 그런 반사작용을 보이던 자극처럼 된다는 것이다[1].
구체적으로 메트로놈 소리는 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참고로 파블로프는 종소리를 사용하여 실험한 적이 없다!)[2]. 개에게 '침 흘리기'라는 반사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맛있는 먹이지 메트로놈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 메트로놈 소리, 즉 똑딱똑딱 하는 소리와 먹이를 연합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를 알기 위해 파블로프는 개에게 똑딱똑딱 소리를 들려주고, 먹이를 주고,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했다.
마침내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3]. 개가 메트로놈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메트로놈 소리는 더 이상 무의미한 자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식이 나온다는 신호이자, 음식을 기대하게 만드는 준비 자극이었다. 개가 주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좋아하고, 고양이가 통조림 까는 소리만 들어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아마 여러분이 아는 이야기의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남은 부분이 있고, 남은 부분이 사실 더 중요하다.
너무 신기했던 파블로프는 동료 학자들에게 이 현상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대학에 있던 학자들에게 연락을 하여 약속을 잡고, 실험을 시연할 공간도 예약한 후, 모든 장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파블로프의 개를 데리고 그 대학에 간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다들 파블로프에게 주목했다. 드디어 메트로놈이 작동한다. 파블로프는 여느때처럼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여러 번 반복했다. 드디어 마지막 단계다! 먹이를 주지 않고, 메트로놈 소리만 들힌다! 과연 파블로프의 개가 침을 흘렸을까? 그래서 모든 학자로 놀라고 환호했을까?
아쉽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4]. 메트로놈은 개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직 먹이만이 개에게 침을 흘리는 반사작용을 유도했다. 파블로프는 망신을 당했고 짐을 챙겨 되돌아 왔다. 그래도 실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본래 실험을 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실험을 다시 해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원래 실험하던 장소에서 아직 먹이와 메트로놈 소리를 연합시키기 않았는데, 개가 메트로놈 소리를 듣자마자 침을 막~ 흘리는 것이다!
파블로프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개가 학습한 것은 메트로놈 소리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사실 개는 메트로놈 소리가 들리던 그 장소, 그 분위기, 그 상황, 그 조명, 그 공기, 그 장소의 냄새 이런 모든 것을 학습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개가 새로운 장소, 즉 새로운 학교의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면, 그곳의 새로운 분위기, 장소, 상황, 조명, 공기, 냄새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러한 적응 과정에는 굉장한 인지적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운 장소에 간 파블로프의 개는 온 주의 집중력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쓰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집중력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쓰면, 원래 있던 반사작용이 사라질 수 있다.
깨달음을 얻은 파블로프는 학자들을 자신이 원래 실험하는 연구실로 초청한다. 어떻게 되었을 까? 예상했겠지만, 이번에는 멋지게 성공한다. 그리고 앞서 제가 이야기한 설명을 하면서 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고전적 고전형성, 파블로프식 조건형성, 혹은 연합학습이라고 부른다. 분위기, 온도, 습도, 조명, 냄새, 소음 등등 환경의 모든 것을 익숙하게 만든 후, 그 익숙한 것 안에 들어가면 특정 행동이 반사적으로 툭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다[5].
우리는 내 삶의 자원들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파블로프의 깨달음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파블로프식 조건형성은 내 삶에 필요한 일들을 매일 꾸준히 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즉 좋은 습관이란 파블로프가 자신의 개에게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똑딱똑딱 하고, 먹이를 주고 하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는 식의 연합을 형성할 때 만들어진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매일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라.
오늘도 9시에 도서관에 가서, 같은 자리에 앉아, 12시까지 공부하고,
내일도 9시에 도서관에 가서, 같은 자리에 앉아, 12시까지 공부하고,
모레도 9시에 도서관에 가서, 같은 자리에 앉아, 12시까지 공부하고,
이것을 매일 반복하는 것 말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9시가 되면, 몸이 반사적으로 도서관으로 이동하고, 도서관에 도착하면 반사적으로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자리에 앉으면 같은 방식으로 12시까지 공부하고, 하게 될 것이다. 자기계발이 절실하다고 느끼는데, 잘 안되는가? 마음은 있는데, 몸이 안 따라 주는가? 그렇다면, 그 시간이 되면, 그 장소에 가면, 자동으로 공부 모드가 발동되도록 내 삶을 세팅하라! 전문용어로 종교인들이 매일하는 (기도같은) 의식, 즉 리추얼(Ritual)을 만들어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분위기에서 같은 일 혹은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없이, 언제든지 그 과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라! 일과 공부를 하나의 리추얼로 만들고, 그 시간과 장소에서 매일 같은 같은 의식을 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계발의 시작이다.
[1] Pavlov, I. P., & Anrep, G. V. (1928). Conditioned reflexes: An investigation of the physiological activity of the cerebral cortex. London, UK: Oxford University Press.
[2] Chance, P. (2013). Learning and Behavior. Boston, MA, US: Cengage Learning.
[3] Pavlov, I. P. (1928). Lectures on conditioned reflexes: Twenty-five years of objective study of the higher nervous activity (behaviour) of animals (W. H. Gantt, Trans.). New York, NY, US: Liverwright Publishing Corporation.
[4] Pavlov, I. (1904). Physiology of digestion. In Nobel lectures: Physiology or medicine (pp. 141-155). Elsevier.
[5] Pavlov, I. P. (1927). Conditioned reflex. Feldsher Akush, 11,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