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회비용
당신이 택한 정보가 버린 정보보다 가치 있는가?
사람들은 뭔가를 기억했다고도 말하고, 뭔가를 잊어버렸다고도 말한다. 그럼 도대체 어떤 것은 기억에 남고, 어떤 것은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기억 형성의 첫 단계는 환경(외부 세계)에 어떤 정보가 존재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극이라고도 부른다. 외부 환경이 기억 형성의 첫 단계라니 조금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기억에 관심이 많은 나 같은 인지심리학자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외부환경에 이미 있는 것을 기억한 후,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있어도, 외부 환경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하는 일은 발명이라기 보다 발견에 가깝다.
기억 형성의 두 번째 단계는 바로 눈, 코, 입, 귀, 피부와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환경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외부세계에 있는 정보를 습득하는 기관이다.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눈을 사용하여 제가 쓴 글이라는 환경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에 있는 링크를 타고 저의 동영상 채널에 와서 강의를 듣다면, 눈과 귀를 통해 시청각 정보를 습득한 것이다. 그리고 옆에 커피 한 잔을 놓고 있다면, 입과 코로 환경의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당신이 뭔가를 클릭하기 위해, 또는 터치하기 위해 당신의 스마트폰이나 마우스에 압력을 가했다면, 그것은 바로 피부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 것과 같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이제 문제를 만들어볼까 한다. 내가 내는 문제는 이미 존재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다.
"당신의 감각 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모두 기억이 되는가?"
내 눈, 코, 입, 귀, 피부로 습득한 환경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내 기억으로 저장이 되느냔 말이다. 어떤가? 이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아니오!'라고 말이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질문이다.
"그럼 어떤 정보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저장되고, 어떤 정보는 그냥 스쳐지나가는가?"
이제 중요하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당신의 '선택'이다. 그렇다. 당신은 정보를 선택한다. 외부 세계에 있는 수 많은 정보가 당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되지만, 그 중에서 당신에게 중요한 정보,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정보, 쾌락을 주는 정보를 선택한다. 그리고 당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보는 버려진다.
당신은 오늘도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택을 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정보를 선택의 순간 당신이 선택하지 않는 수많은 정보들이 버려진다는 것을 말이다. 여기서 잠깐! "내 선택을 받은 정보는 기억이 될 기회를 얻고, 내가 버린 정보는 기억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다고? 그럼 내가 선택한 정보는 내가 버린(선택하지 않은) 정보(들)보다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택하여 기억이 될 기회를 얻은 정보가 버려져서 기억이 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그 정보들보다 가치 있었는지 말이다.
기억은 당신의 선택을 통해 형성된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경제학적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따른다. 즉 선택의 순간 당신은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된다. 책임질 생각이 없다고 말하거는 것과 관계가 없다. 이것은 그냥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책임의 문제이니 말이다. 만약 당신이 주어진 환경에서 당신에게 유익을 주는 최고의 정보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삶의 자원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선택한 정보가 최고의 정보가 아니거나 유해한 정보였다면, 당신은 삶의 자원이 파괴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어떤가? 당신은 매순간 좋은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삶의 자원들이 풍성해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당신의 삶의 자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