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9/11 테러)에서 미군은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을까?
2001년 9월 11일.
21세기의 시작으로 한창 들떠 있을 그때.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하고, 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핵심은 이렇다. '알카에다(Al-Qaeda)'라고 불리는 테러 단체 요원들이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여객기 2대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여객기 2대를 공중에서 납치한다(커터칼과 포크 등을 무기로 활용했음). 비행기 한 대에 4명에서 5명의 요원이 탑승하여 작전을 수행하였다.
테러리스트들은 납치한 4대의 비행기를 목표한 곳으로 끌고 간다. 그중 아메리칸 에어라인 11편은 자유주의의 상징이자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세계무역센터 북측 타워로 가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175편은 세계무역센터로 남측 타워로 간다(세계무역센터는 쌍둥이 빌딩이었음). 아메리칸 에어라인 77편은 미 국방부인 펜타곤으로 향하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은 백악관을 목표로 하였다.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아메리칸 에어라인 11편이 세계무역센터 북측 타워의 무게중심을 강타한다! 이로부터 17분 뒤인 9시 03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175편이 세계무역센터 남측 타워의 무게중심을 강타한다! 9시 37분 아메리칸 에어라인 77편이 펜타곤을 강타한다. 백안관을 목표로 했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은 백악관이 아닌 피치버그 남동쪽에 있는 샹크 빌 마을에 추락한다(이후 블랙박스 판독 결과, 객실에서 테러 리스트와 승객들 간의 싸움이 있었고, 그에 따라 테러의 목표 자체는 달성하지 못함).
이런 대대적인 테러 공격이 있은지 1시간 정도 지난, 9시 59분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가 완전히 붕괴되고, 30분 후인 10시 28분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가 완전히 붕괴된다. 비행기에 타고 있거나 건물에 있던 사람 3000명 정도가 죽었고, 25,00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미국인들은 분노했다. 알카에다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의회도 빠르게 이를 동의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2001년 10월 7일. 미군들이 속속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했다. 적의 본거지도 확인하였고, 적의 수장이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것까지 밝혀진 상황이었으며, 현재 적의 본거지에 은신하고 있다는 것도 다 파악하였다.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이렇게 쉽게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가려고 하는 순간 작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카에다는 사막 깊숙한 곳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 있었고, 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필요한데, 바퀴가 달린 군용 이동수단들이 사막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바퀴가 모래에 푹푹 빠져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걸어서 가자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적을 찾다가 적의 게릴라 작전(치고 숨어버리기)에 당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벙커 버스터 같은 최첨단 미사일 공격무기를 쓰고 싶어도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쏠 텐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비싼 무기를 낭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민도 잠시, 미군은 결국 적의 본거지를 발견하였고, 테러리스트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현장에서 사살하는 것에 성공한다. 복수에 성공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바퀴 달린 것은 그 무엇도 사용할 수 없는 사막에서 어떻게 작전을 수행한 걸까? 정말 걸어갔단 말인가? 아니다! 미군은 '창의적(Creative)'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작전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장식한다. 무슨 말이냐고?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은 '말(horse)'을 타고 기마전을 수행한 것이다!
믿어지는가? 최첨단 무기가 존재하는 현대에 기마전을 수행하다니! 작전을 주도한 것은 미국 특수부대 그린베레(Green Berets)였다. 그리고 그린베레의 지휘관은 전쟁의 역사에 밝은 사람이었다. 바퀴 달린 것이나 궤도가 갈 수 없는 사막에서 어떻게 전쟁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전쟁의 역사에서 찾았다. 답은 명확했다. 과거의 역사로 볼 때, 사막에서 전쟁할 때는 말과 낙타를 사용했던 것이다. 지휘관은 고민하지 않았다. 기마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진짜 과거처럼 창, 칼, 방패를 들고 하는 기마전은 아니다. AK 소총과 미사일 유도 센서를 장착한 군인들이 말을 타고 하는 기마전이다!
그린베레의 수장의 기마전은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말을 타고 사막을 누비다가 적이 나타나면 쫓아가서 은신처를 찾아내고, 은신처를 찾아내면, 미사일 유도 센서를 붙이고, 미사일 유도 센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후방에 있던 벙커 버스터가 적의 본거지를 섬멸한다.
이 세상에는 아주 오래전에 있었지만, 미래를 예언해주는 것과 같은 그런 통찰력들이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아이디어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들, 오래전에 있었던 미래들이 존재한다. 자동차가 나온 이후, 더 이상 기마전을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기마전은 오래되었지만, 미래에도 중요한 것이었다. 살라미스 해전은 오래된 것이지만, 미래에도 통찰력과 영감을 준다.
필자는 이런 것을 오래된 미래라고 부른다.
여러분도 그런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되었지만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영감을 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대부분 창의성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맞다. 이런 게 창의성이다. 오래된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여 현대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
오래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창의성이다.
아쉽게도 이런 능력은 가만히 있는다고 길러지지 않고, 타고날 수도 없다. 이 능력은 당연히 오래된 것들을 많이 알 때 길러진다. 공부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창의성은 오래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