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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an 26. 2022

행복하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

긍정 정서의 확장-구축 이론(2)

범주화(Categorization)는 유사한 구성원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 고차원적 정보처리 과정이다.


범주화는 개별 대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취급함으로써 인간이 기억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새로운 개를 볼 때마다 새로운 대상으로 취급하여 매번 새로운 학습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러한 학습에 지나치게 시간을 소비한 나머지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건설적인 일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문명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개의 범주에 속한 것들은 모두 개라고 분류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환경정보들에 주목하고, 기존 정보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며, 사회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인지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최근까지 부정확하고 수행하고, 어려움을 겪었던 작업이 다른 맥락과 각도에서 촬영된 같은 개를 이전에 보았던 그 개라고 파악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동일한 개가 다른 맥락과 각도에 있더라도 이전에 봤던 그 개라고 인식하고 범주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인공지능은 다른 맥락에서 다른 각도로 사진이 찍혀 있으면 모두 다르게 인식했던 것이다. 인공지능 덕분에 가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범주화는 일종의 경계 세우기라고도 볼 수 있다. 경계는 기준이 되는 속성에 의해 세워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속성을 범주 진단적 속성(category diagnostic properties)이라고 부른다. 범주 진단적 속성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무엇을 범주 진단적 속성으로 삼는지는 그 사람이 성장 배경, 문화,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탈 것(vehicles)에 속하는 것을 판단할 때, 사륜구동이라는 구체적 속성을 떠올려 범주 진단에 적용한 사람은 자동차, 버스, 트럭 등만 이 범주로 분류하는 매우 좁은 범주화를 할 것이지만, 이동수단이라는 추상적 속성을 범주 진단에 적용한 사람은 엘리베이터, 배, 에스컬레이터, 마차, 비행기, 전동휠체어 같은 것들까지 폭넓게 탈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 일상생활에서 범주의 경계를 구체적인 기준에 의해 좁게 설정하는 사람과 추상적인 기준으로 넓게 설정하는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다른 말로 하면 범주적 사고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사람과 최대한으로 넓히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Isen과 Daubman(1984)은 정서에 따라 범주화에 차이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답하였다.


이들의 실험에는 70명이 참가하였다. 이들 중 42명은 사탕을 선물로 받음으로써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고, 나머지 28명은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범주화 과제를 진행하였다. 상위 범주는 옷, 연장, 탈 것, 무기를 사용하였는데, 참가자들의 과제는 의복이라는 상위 범주명이 등장한 후, 셔츠, 바지, 치마라는 하위 범주명이 나왔을 때 이것이 의복의 범주에 속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탈 것과 의복 범주에는 크게 봤을 때는 그 범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비전형적인 구성원이 3개씩 총 6개 섞여있었는데, 예를 들어 탈 것에는 ‘엘리베이터, 낙타, 걷기’가 비전형적인 구성원이었고, 의복에는 ‘지팡이, 반지, 지갑’이 비전형적인 구성원이었다.


만약 참가자들이 이 6개의 비전형적 구성원을 해당 범주의 구성원이라고 판단한다면 범주 판단 기준이 넓고 추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6개를 해당 범주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범주 판단 기준이 좁고 구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탕을 받고 마음이 달달해지면서) 긍정 정서가 유발한 집단은 비전형적인 예시 6개 중 4.10개를 해당 범주로 분류한 반면, 처치가 없었던 중립 집단은 6개 중 2.86개만 해당 범주로 분류하였다. 즉 긍정 정서가 유발된 집단의 범주 경계가 중립 집단의 경계보다 더 넓고 추상적이었다.



이것이 무슨 의미냐고? 쉽게 말해 행복한 사람들이 세운 범주의 경계선은 평소 생각하지 않던 것들로 까지 확장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운 범주의 경계선은 평소 생각하던 것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해볼까? 행복한 사람은 어떤 문제에 대해 평소 연상하지 않던 것들로 까지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꽉 막힌 사람이 되었다. 더 말해 달라고? 행복한 사람은 사고의 범위를 넓게 가지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고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창의적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이제 되었는가?


이것이 바로 행복의 효과 혹은 행복의 혜택이다. 사고의 범위가 넓고 유연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해야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유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은 넓은 사고 범위가 불러오는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행복이 넓은 사고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다. 이런 것을 긍정 정서의 확장 효과라 부른다.


행복하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


<참고문헌>

Isen, A. M., & Daubman, K. A. (1984). The influence of affect on categoriz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7(6), 120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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