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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Mar 10. 2021

아이가 학교에 간다

2020년에 1학년이 됐었던 첫째 아이가 지난해 학교에 간 날은 많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국과 한국, 한국 내에서도 여러 지역으로 이사만 4번씩이나 다니기도 했고,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예측불허였기에 거의 온라인 수업과 홈스쿨링으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귀국 후 처음 학교를 보낼 때, 나는 가정학습 신청을 해서 아이와 함께 집에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고 불안했다. 대신 내가 집에서 아이의 학습 결핍을 채워주겠다고 마음먹었고, 나름 알차게 시간표를 짜서 아이와 함께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장기간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은 연령에 맞춰 학습 진도를 맞추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들어냈다. 초등학생으로서 이제 학생의 문턱에 들어섰음에도, 아이의 사회성은 아직 유치원생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연말이 되어 매일 등교하게 되자 아이는 “학교에 매일매일 가다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 무렵이면 친구들과 뛰놀며 또래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마스크를 쓴 채 며칠 등교하지도 않는 학교는 아이에게 ‘사회’가 아니었다. 길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마주쳐도 누구인지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해 아이를 끼고 지내며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아찔했다. 집에서 양육자의 온전한 돌봄이 힘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공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방황할까. 아이를 키우며 드는 이런 양가감정은 늘 나를 괴롭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했던 나는, 올해 ‘매일 등교’라는 교육부의 방침이 너무도 반가웠다. 내 아이가 드디어 온전한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는 기쁨, 학교 밖에서 소외되고 방황했던 아이들이 최소한의 교육 울타리 안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는 이제 2학년으로서 본격적인 학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로소 학교에 입학했다는 실감이 난다. 아이는 매일매일 알림장을 챙기고, 과제를 빼먹지 않았는지 살핀다. 새로 사귄 친구의 이름을 자랑하고, 선생님에 대해 조잘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비로소 학부모가 됐음을 실감한다.

‘아이가 학교에 간다’는 것이 이렇게 귀한 문장일 수 있는지 몰랐다. 책가방을 메고 매일같이 등교하는 아이를 보면서, 비로소 잃었던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2021년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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