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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Oct 20. 2020

코로나19와 함께 마흔을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 모두가 유례없는 2020년을 보내고 있지만, 나에게도 2020년은 유별나게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 우리 가족은 잠시 한국에서의 삶을 멈추고 해외에서의 삶을 계획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소도시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의 문을 열었다.


나는 미국에서 면서 한국에서 몸 담고 있던 회사에 이따금 기사나 칼럼을 써서 보내고, 아이들은 미국의 초등학교와 프리스쿨을 다니며 다른 문화를 접해보기로 했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한두 달에 한 번씩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기러기 아닌 '독수리' 아빠로 생활했다.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달쯤 지나니 혼란이 잦아들고 생활이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다른 혼란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때문이다. 2월 말에 친정 엄마가 미국에 다녀가시기로 했는데, 당시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여행을 취소하셨다. 3월이 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다. 미국 각 주마다 스테이앳홈 오더(Stay at home order)가 내려졌고, 첫째 아이의 학교 봄 방학은 한 주씩 연장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외출 외에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도서관, 관공서, 식당, 공원... 미국 어디를 가더라도 코로나19로 임시폐쇄를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다 보니, 국적을 막론하고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도 잦았다. 감염병과 범죄에 대한 공포,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막막함으로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고민 끝에 귀국을 결정했고 미국에 간지 넉 달만인 5월, 우리는 다시 한국의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요란법석한 시간들이었다.


귀국 후 자가격리가 끝나고 다시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니 얼추 한 해의 절반 정도가 지나 있었다. 올해는 내가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는 해. 양국을 오가며 이 앞자리가 바뀌어 있는 사이, 세상은 그 이전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 삶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러 우리에게 익숙하던 대부분의 것들에 질문을 던지며 이제부터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라고 채근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마스크만 썼다 뿐이지 코로나19 이전에 했던 일상생활이 대부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그것은 매우 큰 의미 갖는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하철과 버스를 며, 학교에 갈 수 있다. 든 것이 락다운(Lockdown)이었던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 나는 수개월에 걸쳐 지구 반대까지 여행을 다녀오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온 가족이 함께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 올랐다. 예전보다 초록빛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요즘 이전보다 훨씬 느슨 일상을 살아간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일은 더 유연하게 한다. 언택트(Untact) 시대가 많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주는 덕분이다. 시간을 쪼개지도, 잠을 줄이지도 않는다. 이전보다 모든 일에 덜 처절하고, 덜 다급하다. 뜨겁고 치열해서 고되고 아팠던 20대와 30대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내 인생이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열심히, 더 새롭게 살아보고자 미국으로까지 떠났던  찾아 '코로나19 2020년' 말해주고자 하 바일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하고 안전한 온도를 유지하기. 일상의 감사함과 기쁨을 누리고, 현재의 가까운 존재에 마음을 쏟으며, 소중한 이들을 위하며 살아가. 나 자신을 그저 '나'로 살게 하기.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 이것이 내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뒤엉켜버린 이 기묘하고 음울시대로부터 읽어 위안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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