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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Jul 29. 2024

면접 심사관이 되어 보니

진심을 다해 쌓은 경험이 ‘내공’으로 빛난다

사람은 누구나 입장(立場)이 있다. 설 립, 마당 장. 서 있는 자리. 우리는 저마다 선 자리가 있고 그에 따라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달라진다. 같은 사안이라도 때로는 입장에 따라 정 반대의 생각과 관점을 가질 때도 있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무얼 보고 서있는지를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언젠가부터 면접시험장에서 내가 선 자리가 바뀌고 있다. 면접시험에 응시한 후보자에서, 후보자를 평가하는 면접 심사관으로 서는 경우가 더 늘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은 물론이고, 때로 외부 면접위원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 면접 심사관으로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곤 한다.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부터, 면접시험장에서 나의 입장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공무원 시절, 면접 심사관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면접 심사관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다. 공무원 면접에만 해당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민간 분야,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구조화 면접’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이는 이후 면접 심사관으로 역할을 할 때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구조화 면접’이란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질문을 똑같은 방식과 순서로 질문하는 방식을 말한다. 학력이나 스펙 중심에서 실질적인 직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의 무게가 옮겨지고, 그에 따라 채용 프로세스도 발전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면접 방식이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 후보자들의 공정한 채용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각광받고 있다.


후보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얼핏 이런 방식의 면접이 선진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혹시 모를 편견이나 면접관의 당일 컨디션, 순간의 운에 의해 면접 과정이 오염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관과 후보자의 양쪽 입장에서 경험컨대, 이 방식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후보자의 개별적 특성과 장점에 초점을 맞춘 질문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기에 장벽이 생기기 때문에, 후보자를 충분히 파악하는 데에나 후보자가 자신을 어필하는 데에도 한계가 생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면접 심사관의 마음을 사로 잡는 후보자는 있기 마련이다. 질문이 평범하고 원론적이더라도, 자신만의 구체적인 경험과 반짝이는 인사이트를 녹여내어 살아있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그렇다. 원론적 질문에 원론적 답변내놓는 게 아니라,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가며 분명한 해법과 추진력을 보여준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후보자는 “일을 정말 해봤구나” 하는 인상을 남긴다.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자신만의 관점과 방향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힌편 면접 심사관으로서 후보자들을 볼 때 안타까운 경우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경력은 화려하고 훌륭한데, 정작 채용 중인 포지션과 미세하게 맞지 않는 후보자인 경우다. 아마도 그런 경우는 이직을 급하게 추진하고 있거나, 채용 직무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묻지마 지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력직 채용의 경우는 해당 직무에 최대한 ‘핏(Fit)’ 되는 인물을 뽑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런 경우 대체로 합격할 가능성은 낮다. 이직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연’이 좌우한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안타까운 사례들은 다양하다. 놀랍게도, 면접에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면접 심사관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다던가, 영어 실력이 필요한 직무인데 면접에서 영어로 답변하라는 요청에 지나치게 당황한다던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과장된 답변을 하다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추가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경우. 모두 면접관의 마음에서 ‘마이너스(-)’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요소다.


나도 언젠가 면접 심사관에서 면접 후보자로 다시 입장이 바뀌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면접 심사관의 자리에서 봤을 때 보이던 것들이 막상 후보자의 자리에 앉을 때도 잘 발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면접 심사관으로서의 경험이 쌓일 수록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되새기게 된다. 그건 바로, 진심과 최선을 다해 쌓아온 경험들은 나도 모르게 ‘내공’으로 쌓여 면접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면접 준비는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내 자리에서 후회 없이 성심껏 일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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