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해도 되나요?

단편소설

by 이겸

한 사람을 사랑해도 되나요?








어느 성당의 성사실. 나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기 위해,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창을 두드렸다.

잠시 후, 마른기침 소리가 났고, 고해의 창이 열렸다.


"네, 신도님 어떤 고통이 그대를 짓누르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신부님이 말을 건네주셨다.

"신부님,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대의 죄를 고하세요, 이곳에서 고백하는 말은, 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성당의 한 수녀님을 사랑합니다."

"신도님. 그것은 죄가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시지 않는 신부님의 말씀에 놀랐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아닌가요?" 나는 물었다.

"신도님, 이루어져야만 사랑인지 여쭤보고 싶군요. 신께서는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잖아요? 그런데 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신께서는 그것을 고통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신이 아니라서요. 매일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잠이 안 오고, 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신께서는 잠도, 밥도 필요가 없으시잖아요. 저는 곧, 죽을 사람처럼 지냅니다."

"신도님의 그 순수한 사랑에, 마리아께서도 미소 지으실 듯합니다. 오늘 그대의 고해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죄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보이지 않는 창을 통해서, 그 입 모양이 보이는 듯했다.


"그 누구를 사랑하던, 저의 죄는 아름다운 것입니까. 신부님?"

"그렇습니다. 고린도 전서에도 나오듯,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합니다. 그대, 신도님의 사랑은 죄가 아닌 듯합니다. 순수하고 깨끗하게 끓어오르는, 물처럼 느껴집니다. 물은 따라두면 식기 마련이죠"


그리고, 오늘 그 물을 이곳에 다 따라버리라고 하셨다.


"물을 다 따라버려도, 다시 차오른다면 어떻게 하죠. 신부님? 그 수녀님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머릿속에 사탄이 들린 것처럼, 안아주고 싶다는 환청이 들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신 고백이 하늘에도 닿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대는, 신도님은. 죄를 지은 게 아닙니다. 생각이라는 건, 인간의 욕망과 닿아있는 게 아니라, 마음과 닿아있습니다. 욕망은 손끝에 있습니다. 신도님, 그것을 행동으로만 옮기지 마세요"


신부님과 나는 오랜 대화로 인해 잠시, 말이 없었다.


"신부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 성당의 한 수녀님을 정말 사랑합니다. 제가 고백을 했습니다."


창 너머에 아주 작은 숨소리가 떨렸다.


"신도님 아까 말씀드렸지만, 괜찮습니다. 사랑은 이 세상의 주제잖아요. 저도 신도님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게 죄는 아니듯이요. 정말 괜찮습니다."

"정말이죠? 그렇다면 너무 다행입니다. 제 사랑은 신과, 마리아 님과, 예수님의 허락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신부님의 허락까지 필요한 건가요?"

"저의 허락은 필요치 않습니다. 신만이 허락하시죠. 저는 그저 신의 심부름꾼입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신부님. 한 수녀님을 사랑합니다. 신께 허락을 구합니다. 허락해 주시나요? 신이시여."

"네, 신께서는 그 사랑을 허락한다고 하십니다. 다만, 끓는 물을 붓는 사랑이 아닌지 조심스럽네요"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서서, 물이 용광로로 바뀌고 있네요. 신부님 죄송합니다."

"하하. 저런, 너무나도 그 마음이 뜨겁고 열정적이군요. 순수한 열망이 느껴지네요, 저한테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부님, 그럼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고백하고 허락받겠습니다. 저는 한 수녀님을 사랑합니다."

"네 신도님. 허락하셨습니다.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분을 위해, 이만 고해 시간을 마쳐도 될까요?"


약간의 정적과 심호흡을 한 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한 신부님. 딸을 허락해 주셔서. 사랑으로 보듬고, 신의 허락으로 축복받았으니 행복합니다."


작게 끼익- 나무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내가 앉아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사랑은 허락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성당의 신부님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신부님은 구원이 안 되는 믿음을 보셨다고 했다. 그리고 더 깊은 내면의 수련을 위해, 따님과 함께 바티칸 시국으로 떠나셨다고 들었다.


다시 찾아간 성당엔, 사랑대신 상처가,

성사대신 상흔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잘못일까. 신의 실수일까.

사랑은 정말, 허락이 필요치 않은 걸까.


사랑했다.

한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