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즐기자
하루의 해는 저물어가고
다가오는 기억의 자취는
한번 밀고 들어왔다 바다로 사라지는 파도처럼...
내 기억 속에서 멀어 저만 간다...
행복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아픈 상처의 기억 또한 우리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처럼
잠시 머물다... 결국은 안녕을 고하고
조용히 조용히 사라진다...
모래 속에 찍은 발자국은 그 자취가 선명하여
오래갈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단 한 번의 파도로 인해
언제 지나갔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물... 그리고 바다..
어쩌면
이런 묘한 매력적인 특징을 가지는 것이 물이고 바다이기에
그토록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은 아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물이란 존재가 의미하는 것은 불편함 그 자체이다..
물이 아무리 맑다 한들
그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한계는 수 미터에 불과하며
물이 아무리 편하게 느껴진다 할지라도
호흡의 자유로움이 없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물을 바라보며
물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듯하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 걸까?
왜 물만 바라보면 설레며
왜 바다만 바라보면
내 가슴은
마구마구 쿵쾅거리며 뛰게 되는 걸까?
아니면
물이란 존재가
현실을 잠시 도피하거나
어쩌면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휴식을 제공해 주어서 일까?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런 생각도 안 난다..
그저 내 몸을 훑어지나 가는
물의 존재를 느끼고
함께 공유하고픈 생각밖에는
아무런 다른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내 몸의 힘은 점점 더 빠지게 되고
한없이 한없이 포근한 물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보는 사람들이 느끼려나?
하지만
내 평생 물이 안겨다 주었던 이미지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저 물이란 어떻게 해서든
빨리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 존재...
공포를 안겨다 주는
생존을 위해서는 최대한 멀리하여야만 했던...
그런 물이
언제부터인가
이젠 조금이라도 더
그리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존재가 된 것일까?
수영은 못하면서도
지독히도 좋아했던
내 마음속 한 편의 영화
그랑블루에서
주인공인 자크가 한 말은
내 마음속에서
평생 의문부호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부산을 가는 것보다
바다를 간다는 것에 설레고
제주를 가는 것보다
제주의 바다를 보고
뛰어든다는 것에 설레었던 나..
자크가 가진 의문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지만
수영장에 갈 때마다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에 손을 얹어보며
어쩔 수 없는 설렘에
뛰는 내 가슴에
그래.... 이 마음이 이유지... 하며
마냥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미소를 지어 본다..
조만간 보따리를 싸고
그곳에 가야겠다..
부산의 바다로
제주의 바다로...
내 가슴이 아직도 뛰게 만드는 곳이라면
그것이 바로
내가 바다를 찾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