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함

아무것도 모른다

by 여란지


그냥 요가학원 댕긴다고 하면 될 것을.. 그냥..

제목을 되게 거창하게 한번 써봤다. 하하


굳이 "수련"이라 지칭한 이유는

내 마음이 단순히 요가학원 다니는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바로 저 "단순히 요가학원" 느낌으로 요가와 함께했다.

그런 사람들 많을 거 아닌가. 요가는 대충 가볍게 쉽게 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가.




뜬금없이 풀어보는 아무도 관심 없을 나의 요가 히스토리


처음 요가 배운 건 대학교 붙고 놀고 있던 열아홉 살 때, 엄마가 보내준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정말 작은 요가학원에서 아줌마들과 즐겁게 처음 배웠었고 느낌이 좋았다. 나중에 검도 배우고 싶다고 관둔 것 같다.


그 좋은 기억으로 대학생활 동안에 요가학원 두 군데를 다녔다. 하나는 무슨 수영장 딸려있는 구민회관 비스므리한 곳이었는데 요가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단발머리에 가디건을 걸치고 초연한 모습으로 들어와서 요가를 가르쳐주셨다.

그분은 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셨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선생님의 이미지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다. 얼핏 저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깨도 몸도 다 여리여리했지만 뭔가 느낌이 여성적이었다. 거기서 요가를 꾸준히 하다가 갑자기 달리기가 하고 싶어서 그만둔 기억이 있다. 학교 뒤에 흐르는 강을 냅다 뛰어다녔다.


고학년이 되니 학교 과제로 바쁜데 달리기까지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다시 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랑 왕십리 골목에 있던 여성전용 요가에 가봤다.

나는 항상 제일 앞에 앉아서 열심히 뽐내듯이 요가를 했다. 친구는 맨 뒤에 있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친구를 보면 아기 자세를 하며 졸고 있었다.

아침 7시 반이었던 게 문제였다. 친구는 계속 아기자세로 잤고 나는 아침에 쩔어있었다. 무리였다. 둘 다 한 달만 다니고 땡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서소문 요가원에 다녔다. 동료들과 다녔는데 퇴근 후에도 하고 점심시간에도 했다. 땀도 나고 좋았다. 회사 다닐 때는 무용을 집중적으로 배웠는데 무용이 메인이라면 요가는 써브 같은 느낌으로 싼 맛에 끊어서 다녔다. 쌌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들끓었다. 가끔 점심때는 비트 요가라는 것도 했는데 기묘한 음악에 맞춰 춤추듯이 요가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정말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나중에는 나는 요가 잘하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요가 어플 깔아서 집에서 편안하게 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나에겐 "요가 같은 건" 되게 쉽고... 라면서 우쭐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왜냐면 나는 요가를 잘하니까.

어떻게 아냐고?

보면 안다.

ㅋㅋㅋㅋ

보면 알지.. ㅋㅋㅋ


학원에서 거울로 보면 무슨 동작을 하던지 이동작 저동작 나는 안 되는 동작이 없고 내가 멋져 보였다. 요가학원에서 나는 항상 잘하는 애였다. 이렇게 말하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요가를 처음 배울 때부터 나는 잘했다. 그 "내가 잘하는 느낌"이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요가를 할 때마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요가 동작 따라 하는 거 말고 아는 건 하나도 없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노관심 뭐 그런 거.





그러던 중, 인연이 있는(나 혼자 인연이 있음) 문숙 선생님이 있는 요가명상에 가서 요가를 배우게 되었기에.

출산 후에 내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요가를 수련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문숙 선생님께 요가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니까 말이다.


정말 처음부터.

손발 땅바닥 짚는 것부터.




9년 동안 무용학원에 다녔다. 한국무용도 하고 발레도 했다. 거의 내 삶이었다고 볼 수 있다. (비밀이지만 탭댄스도 하고 마임도 해봤다-짧게) 그러면서 그때그때 요가도 다니고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


생각해봐라

그렇게 살던 애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안(못하) 고있다......... ㅠㅠ


산후 100일. 이제 몸을 좀 움직여 볼까 하고, 이제 운동해도 되겠지 하고 남편이 있는 주말, 아기를 맡기고 딱 하나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봐라

나에게 그 "딱 하나"가 얼마나 미친 듯이 소중하겠는지 말이다....

오래 고민하고 선택한 게 (사실은 약간 운명 같기도) 문숙 선생님이 있는 요가다.








완모 중이기 때문에 한번 정도는 걸러도 괜찮지만 수유 텀을 두 번 이상은 못 넘긴다.

아기야 누가 분유를 준다 치더라도... 내가 문제다.

왜냐면 가슴에 젖이 너무 많이 차서 가슴 압이 너무 차고 터질 것같이 아파 죽겠기 때문이다.


뭐 그래서 아무튼.. 하나를 다녀보기로 한다. 가슴 문제가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걸 더 할 여력이 안된다. 하고 싶지도 않고.(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모든 것을 하고 싶다.)

아무튼 하나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숙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갔다.


(갑자기 노트로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서 괜히 그려봤다.)

1.명상.jpg
1.명상1.jpg
1.명상2.jpg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 같이 옴 찬팅을 했다.


이게 뭐지?


요가학원은 정말 많이 다녔는데


옴 찬팅을 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옴을 세 번 외치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 같이 옴 찬팅을 했다.





이 옴에 너무 사로잡혀버렸다.




왜 하는 거지? 무슨 뜻이지?

하나도 모르겠다. 호기심이 또 발동하기 시작한다.


하나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그 옴으로.. 모두가 다 같이 옴을 한 후에 방 안 가득 퍼지던 진동이....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옴을 왜 하는 걸까.

옴은 무엇일까.



하나하나 알아가자...





앞으로 내 인생은 단순하게..

육아. 그리고... 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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