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행의 원인은 멍청함 때문에

나의 행복 언저리에서도 드문드문 보이는 이 멍청함은 무엇인가...

by 책선비
그녀는 남편의 눈이 먼 것도, 그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형편인 것도, 그리고 그 밖에 그들이 겪고 있는 불행의 모든 원인이 오로지 그들의 멍청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고, 또 앞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멍청함'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 한 가운데 내려앉았다. 누가 손으로 친 것처럼. 글을 읽다가 감정적으로 북받쳐 눈물을 쏟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단어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부모님에 대한 나의 솔직한 판단이었다. 그들의 가난하고 힘겨웠던 삶에 대하여 삶의 무게를 전혀 알지 못할 때의 평가였다. 이것이야 말로 '멍청함'이었다. 동시에 모든 불행의 원인을 '멍청함' 하나로 설명하는 속 시원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부모님처럼 가난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나에게도 '멍청함'으로 설명하고 넘기고 싶은 유혹이 드는 어떤 부분이 있다. 처음 순간 움칫하게 만든 단어 '멍청함'이 왜 이리 반가운 것일까?


이 단어 안에 내가 어쩌지 못하는 삶의 어둠과 모순을 다 집어넣고 싶은가보다. 그런데 오히려 이 소설 덕분에 직면하기로 했다. 나의 멍청함을. 요즘 하나씩 꺼내서 들여다보는 중이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줄 알았는데 해결된 것 하나 없어도 홀가분한 기분이다.


짧은 소설의 한 문장의 힘이 이런 것인가.


폭우1.jpeg 손보미의 <폭우> 필사 문장들... 악필 또한 나의 어찌지 못하는 멍청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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