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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16. 2020

엄마를 '예쁘다' 여겨주는 아이들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위로

둘째 진혁이가 만들어온 가족 카드를 보고 하루 종일 웃음이 난다. 엄마의 특징이 예쁘다란다. 진혁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 모두  나를 예쁘다고 한다. 진선이는 매일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제일 좋다고 한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 본 적도 없다.


내가 웃고 있는 얼굴을 그려줘서 고맙다. 화내는 모습아 아니라.

진혁이는 유독 남자답고 거침없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부수거나 동생들을 자기도 모르게 치는 일이 있다.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혼내고 소리 지르게 된다. 형과 동생들 틈에서 욕구불만이 쌓였던 최근에 더 많이 혼이 났다. 요즘 따로 일대일 데이트를 하면서 다독이고 있다. 그러다 오늘 이 카드를 받았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느 날 밤, 6살 셋째 딸 진선이가 나의 팔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같이 누웠는데 진선이가 살포시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엄마 팔에 상처 왜 그런 거야?"
"어릴 때 뜨거운 물에 데었어."
"지금도 아파?"
"아니, 지금은 괜찮아."
"정말 많이 아팠겠다......"
"......"  


정말 어릴 때 데어서 아팠던 기억이 없다. 하지만 팔에 하얗게 남은 화상 자국은 어릴 때부터 큰 부끄러움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여름이 너무 싫었고 늘 부채를 손에 쥐고 팔을 가리며 여름이 빨리 가길 바랬다. 상대방의 시선이 내 팔에 머물 때 그 순간의 침묵과 어색함이 너무 싫었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부끄럽고 존재가 흔들렸다.


이제는 거리낌 없이 반팔을 입고 다니고 사람들의 그런 시선도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극복하기 전까지 눌려졌던 그 마음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진선이의 말 한마디 "정말 많이 아팠겠다"가 큰 위로가 되어 지난날 움츠려 들었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남편이 옆에서 거든다. "진선이가 의사 선생님이 되어 엄마 팔을 치료해주면 되겠네" 아고... 아이의 여린 심정을 이렇게 이용하다니. 진선이가 말한다. 나름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의사 선생님 되려면 공부 잘해야 되잖아."


이후에 한 번씩 물어본다. "색칠 그리기, 스티커 붙이기, 점선 잇기 모두 공부 잘하는 거야?" 나는 웃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열심히 색칠하고 그림 그린다. 엄마 팔을 한 번씩 쓰다듬으면서.


내가 치마를 입으면 따라 입고 선글라스 끼면 따라 끼는 우리 진선이.


엄마를 예쁘다 여겨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아이들. 아이를 키우면서 기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선물이다 말 그대로.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거저 받은 선물 같은 우리 아이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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