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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Oct 08. 2020

토비 이야기, 아빠는 세라하자드!

잠자리 동화책 읽어주기 무한 반복의 결과는?

“아빠~ 토비 이야기 해주세요!”


금방까지 읽어준 그림책들을 한 쪽으로 치우고 이제 불을 끄고 그대로 잠들고 싶지만 말똥말똥한 눈으로 한 목소리로 외치는 아이들은 이제부터가 제대로 즐기는 시간인양 기대 가득한 표정이다. 어둠 속에세도 그 흥분과 설렘이 느껴진다.

일명 ‘토비 이야기’는 <초록색 아기공룡 토비> 그림책에서 시작되었다. 주인공 안나가 아침 식사 시간에 우연히 주먹 만한 크기의 아기공룡을 만나게 된다. 개구쟁이 토비와 안나는 장난치다가 식탁을 엉망으로 만든다. 난장판이 된 식탁을 본 엄마에게 혼이 난 안나는 아기 공룡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나! 세상에 공룡 같은 것은 없다고 엄마가 분명히 말해줬잖니.” 더욱 화가 난 엄마가 또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엄마는 하얗게 질린 채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다. 왜냐면 문 앞에 커다란 공룡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제 아들 못 보셨나요?”

2001년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독화 작가인 클라우스 바움가르트의 작품. 1990년대 독일에서 아주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다고 한다.

잠들지 않고 뒹굴뒹굴 거리는 아이들은 “이야기 해주세요~” 라고 요구했고, 남편은 그동안 읽었던 동화책 줄거리를 다시 들려주었고 항상 시작은 <초록색 아기공룡 토비> 였다. 매 번 똑같은 내용은 재미가 없으니  다른 여러 책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꼬리에 꼬리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우리집에서만 유명한) ‘토비 이야기’가 탄생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토비 엄마가 등장하지 않고 다른 인물 또는 동물이 나타나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는 예상하지 못하는 실존 인물이 나와 아이들이 실제로 겪었던 갈등과 사건이 이어지기도 한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는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간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기발한 내용에는 더 큰 소리로 반응하고 시시하게 흘러가면 ‘에이~ 뭐에요~’ 항변하기도 한다. 아니면, 자신이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되는 걸 알고는 ‘그냥 아빠가 하세요’  라며 넘겨 준다.


우리 가족 모두는 꼬리의 꼬리를 무는 토비 이야기의 ‘진짜 마지막’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또 문 밖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장면에서 원작처럼 토비 엄마가 등장하면 이제 정말 잠 잘 시간임을 알고 ‘천일야화’ 분위기는 마무리된다. 약속이나 한 듯 아이들은 더 이상 조르지 않고 모두 눈을 감는다.  

<초록색 아기공룡 토비>의 마지막 장면, 나는 토비엄마일까 아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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