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종이, 가위

book-paper-scissors, つつんで、ひらいて (2019)

by 이하진
611caaff3d067b4fcd2f61f9e2ba3e1b.jpg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책, 종이, 가위>.

원제는 <つつんで、ひらいて>, '싸매고 풀어주고' 라는 뜻이라고 한다.

북 디자이너로 15,000번 '글들의 몸'을 지어 온 기쿠치 노부요시 (1943~2022).

rakuda photo_kikuchi nobuyoshi.png © RAKUDA PHOTO
31387947_Bl6aKIfQ_b9564efb850fc504f333777d3a00ecbf9518b31e.jpg ⓒ (주)디오시네마

모든 디자인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37년간 함께 해온 어시스턴트가 디지털화 작업을 돕는다.

제자인 미토베 이사오의 디자인을 '기존세대 작업에 수의(襚衣)를 입히는 역할'이라고 한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기쿠치 노부요시 본인 역시 출판업의 통념을 전복시키는 작업적 시도를 꾸준히 해 왔지만, 이제는 그의 제자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는 상황을 '계획'한 것 같다고 미토베 이사오는 말한다.

20220722ブランショ・駒井哲郎-2048x1663-1.jpg <文学空間>, ブランショ, 出口裕弘, 粟津則雄訳, 現代思潮社, 1973

북 디자인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 되었다는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

타이틀의 반짝이는 금박에 대한 첫인상을 설레임을 담아 이야기 한다.

Screenshot 2023-09-27 at 1.21.01 AM.png

하이라이트로 모리스 블랑쇼의 <무한한 대화> 북 디자인을 의뢰받아

완성되어 나오기까지의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고민한 결과 새벽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해결됐다'며 상기된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일을 하면서 '성취감 같은 것은 없다'고 거듭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 이유로 자신의 오만함을 원인으로 내세우지만

일을 하면서 '비워지는' 과정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일을 '놓아주는' 과정에서 오는 성찰인지 알 수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