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하진 Nov 05. 2023

Power

Thich Nhat Hanh 1926-2022

Time Magazine International Edition, 2022

62-63p.

불교에는 아프라니비타apranibita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무원無願,즉 아무런 소망 없음, 또는 아무런 목적 없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내 앞에 무언가를 놓아두고서 그것을 갖기 위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멈추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꽃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싶다면, 우선 멈추고 집중하라.

수행을 할 때도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다만 수행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어떠한 목적도, 다다라야 할 목표도 필요 없다. 걷기 명상에서 걸음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저 걷기 위해서 걸을 뿐이다. 깨어 있는 온 마음을 수행하는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우리 자신과 함께하고 세상과 함께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나는 계속 말해왔다. 호흡은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며, 호흡 수행을 잘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호흡 역시 당신이 붓다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호흡을 즐겨라. 단지 그뿐이다. 붓다가 되는 것은 즐거운 호흡 그다음에 오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 걷는다면 당신은 걸음과 그 순간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삶은 그저 걸음일 뿐이다. 삶은 도착지가 아니다. 삶은 다만 길이다.


70-71p.

현재에 100퍼센트 온전히 머무르면 힘과 지혜는 샘물처럼 자연스럽게 솟아오른다. 나는 많은 글을 쓰는 작가다. 하지만 내 생활을 보면 늘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특히 채소밭 가꾸기를 좋아하는데 다만 채소에 물을 줄 때는 물 주기만을 즐긴다. 시나 에세이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내 안에서 멈추는 건 아니다. 채소에 물을 주는 동안 내 안에서는 이미 에세이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상추를 기를 때는 자신의 100퍼센트를 다해 온전히 그 일을 즐겨야 한다. 그러면 좋은 시는 저절로 써진다. 지금 여기에서 이 일을 잘해낸다면 미래에 다른 일 역시 동일한 집중력과 통찰력으로 잘 해낼 것이다.


100p.

삶은 유한하지만 욕망은 무한하다. 어떻게 무한한 것을 담기 위해 유한한 것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이 멀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113p.

제1계율은 "모른다"이다. 자기 고집이나 경직된 사고를 경계하자는 뜻이다. 제2계율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언제나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다. 제3계율은 "남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권위나 교육, 선동이나 돈을 통해 강요하지 마라"다.


116p.

"삶의 어떤 시점에서 어떤 생각이나 인식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면, 마음의 문은 닫히고 만다. 그렇게 되면 진리를 찾는 여정 또한 끝난다. 당신은 진리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리가 다가와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때에도 진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한 가지 생각에 머문 집착은 진리에 이르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139p.

가르침과 수행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화엄경>의 가르침이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것도 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것에 의존한다. 일과 휴식, 가족과 직장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떤 한 가지에만 집중하거나 다른 하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옳지 않다.


161p.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한 조각의 빵은 바로 우주의 몸이다."


178-179p.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당신이 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알고 만족하는 것이다.

...

깨달음은 산속으로 들어가 힘들게 이루는 게 아니다. 지금 당신의 일터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차를 마시고 있다. 나는 내가 차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책, 종이, 가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