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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ug 30. 2022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런 것까지 알고 있다고?

인도네시아에도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coov처럼 백신 접종 내역을 등록하는 앱이다. 해외에서 접종한 사람들도 등록이 가능하다. 한동안은 대형몰이나 마트에 갈 때 이 앱으로 접종 여부를 확인했다. (2022년 하반기 이후로 마트에서는 확인하지 않고 비치워크처럼 커다란 몰에 입장할 때만 확인한다.) 오늘은 스미냑 빌리지에 왔다. 스미냑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이 작은 쇼핑센터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정확하게 개인정보가 연결되지 않는다. 나 같은 외국인은 저 백신 접종 앱이 제대로 확인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접종증명서를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서류를 보여줘도 되고 coov앱을 영문으로 바꿔서 보여줘도 확인이 된다. 다소 형식적이고 느슨하지만 이곳이 발리라는 걸 감안하면 조금 안심이 되는 장치이기도 하다.

입구에 오징어 게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공간이 있다.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 열풍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휴대폰 사용 시간이 길다.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보고 ott이용자도 많다.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는 한국 드라마들도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모른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질문해오는 사람들에게 왜 한국을 좋아하세요 물어보면 드라마 코리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덕분에 한국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하나라도 더 질문하고 싶어 한다. 오징어 게임 열풍이 어느 정도냐면 그저 산책을 하다가도 오징어 게임 관련한 것들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영희 캐릭터 인형을 파는 가게도 있고 굿즈도 눈에 많이 띄고 벽화가 그려진 것도 봤다.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기 위해 설치한 채팅앱으로 술라웨시섬에 사는 여자 사람이랑 영상통화를 하는데 다섯 살짜리 그녀의 막냇동생이 친구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다섯 살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나요? 하니 틱톡으로 오징어 게임 관련한 영상을 많이 본다고 했다. 예전에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해 이런 단어들의 발음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사람도 늘었다. (이건 발리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굳이 굳이 끌어내려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정확하게 발음해달라는 집념의 캐내디언도 있었다. 그나저나 다섯 살 어린이가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어린이 시청 휴대폰 콘텐츠에 관대하다. 한때 한국사람입니다 하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던 강남스타일은 이제 한물가고 오 Squid game! 하며 반기는 외국인이 많다.


한동안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다시피 했던 스미냑 빌리지도 이제 문 연 가게가 많아졌다. 디자인이 독특한 치마를 발견했고 오랜만에 만난 손님에게 기필코 이것을 팔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직원은 이 치마는 뭘로 만들었고 이렇게 입으면 예쁘고 설명이 한창이다. 그러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직원은 그때부터 옷 설명보다 갯마을 차차차 얘기를 더 많이 했다. 요즘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콘텐츠 1위는 갯마을 차차차다. 한국인을 만나 신이 난 직원은 이제 옷 파는 일은 안중에도 없고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지금 어떤 이슈에 서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내용을 나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 직원에게 답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당시 그 남자 주인공은 선한 이미지로 인기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가 스캔들이 대서특필돼 한국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 대충 내용을 알고는 있었다. 인도네시아 정서는 우리랑 또 달라서인지 이 얘기를 화두로 꺼내는 인도네시아 여인들은 딱히 이일로 그에 대한 마음이 변하거나 하지 않는단다. 한국 문화에서는 지금 당장 이런 걸 받아들이는 게 어려울 수 있고 딱히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정도로 입장을 표명했다. 여전히 심각한 표정의 직원은 그를 계속 응원하고 있다고 마무리하셨다. 드라마 주인공의 사생활이 글로벌 뜨거운 감자다.


요즘은 어딜 가도 단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호감 어린 눈빛과 환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난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80%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말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연예인은 단연 이민호와 송중기이고 아이돌은 BTS와 블랙핑크다. 오히려 이쪽에서 드라마 내용을 모르거나 안 봤거나 아이돌을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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