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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ug 26. 2022

발리에서 지낸 집

어디서 살지?

발리에서 집 찾을 때 페이스북 그룹 가입해서 찾는 게 제일 쉬웠다. 렌트 정보만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많다. 관리자랑 약속 정하고 집 보러 다니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우리는 전기가 포함인지 인터넷 속도는 어떤지 정도만 체크하면 돼서 다소 수월했고 빌라를 렌트할 때는 체크리스트를 따로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


집을 알아보며 들었던 이야기 중 제일 재미있던 건 빌라 정원 한가운데나 집 한쪽에 땅주인 소유의 기도하는 공간이 있을 경우 주인이 기도하러 들러야 한다는 걸 들었을 때다. 실제로 땅주인집주인이 다른 경우가 많고 세입자가 집에 있건 없건 기도하러 불쑥 방문하는 일이 많아서 이럴 경우 부동산에서 집 보러 갈 때 미리 알려준다고 한다.

이제 이곳을 나왔으니까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일기를 쓸 수 있다. 발리에 가서 살자 해놓고 말레이시아로 갈까 롬복으로 갈까 했을 땐 조바심이 나서 두근두근했다. “나는 발리가 좋아.”라고 소심하게 말했지만 상대방에게 맞추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 조금 더 강하게 말하면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짱구에서 집을 몇 군데 구경하다가 우연찮게 딱 한 개 스미냑에 있는 집을 봤다. 일단 내겐 친구네 집이랑 가까운 게 큰 장점이었다. 아파트먼트 형태로 같은 모양의 집이 10개 모여있고 대문이 따로 있는 풀빌라가 두채 있다. 작은 집들의 구조는 다 같다. 복층으로 침대가 있고 화장실은 열려있다. 개인 주방을 따로 사용할 수 있고 화장실은 위아래층에 각 1개씩 있다. 개방형 욕실은 우기에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럭저럭 살만했다. 전기세나 물, 가스는 불포함이다.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주고 시트를 갈아주고 수건을 바꿔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라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작은 수영장도 있다.

짱구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결정을 했다. 저 집으로 이사 가자!


이곳에서 일 년을 지냈다. 코로나 기간이라 운 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3.5jt 한화 28만 원 정도) 있을 수 있었다. 매니저도 친절하고 직원들이랑도 울고불고하면서 정이 듬뿍 들어서 이사도 안 가고 일 년 동안 행복하게 잘 지냈다. 밤에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밤샘 근무하는 가드가 있어서 무척 안전한 느낌이다. 여자 혼자 살기에도 무리가 없고 개인 주방이 따로 있어서 편했다. 지금은 엄청 시끄러워져서 추천하지 않는다. (이제 관광객이 늘어 가격도 올랐다) 밤마다 음악이 쿵쾅쿵쾅 울려서 가뜩이나 잠을 못 자는 내게 마지막 두 달은 쥐약이었다.


다시 발리로 오게 되면 라 하우스에 와서 꼭 또 만나자고 했던 다정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모가 너무 좋아서 항상 이모 친구들을 무섭게 째려보던 1번 빌라에 사는 꼬맹이와 언젠가 울고 있는 나를 안아주며 언제든 무엇이든 이야기하라고 하던 엄마 같던 와얀, 임신 사 개월 만에 아이를 잃고 내방 계단에 쪼그려 앉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제로 (지금은 다시 임신해서 올해 시월에 아기가 나올 예정이다 ) 바다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퇴근 후에 오토바이로 함께 노을을 보러 바다에 갔던 일, 태어나서 처음 가본 스타벅스에서 메뉴를 고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던 일 등등 우리가 일 년 동안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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