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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친구들(feat. 생일케이크)

by 이웃집타이탄



초등학교 4학년 때 쯤 부터였을까.

사춘기가 지나며 나는 참 까칠하고 못된 아이였다.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수업시간에 도망가거나, 담을 넘어 학교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굉장히 반항적인 아이였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업으로 인해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서 그랬는지, 친구들에게 깊은 마음을 주지 않고, 아무도 믿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유치원에 다니기 전부터 부모님의 부부 싸움이 잦았다.

아마도 사업의 어려움, IMF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부모님께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셨던게 그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어두웠던 집안 분위기와 잦은 이사 속에서 외동아들이었던 나는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외로움이 쌓였던 것 같다.


그러한 내면의 불만과 외로움이 사춘기를 만나며 다소 반항적인 행동으로 표출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행동들은 나를 더욱 더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나의 인생을 바꿀 중요한 일이 찾아온다.


나의 중학교 1학년 생일 때의 일이다.

내 생일은 학교의 개교기념일이었다.

개교기념일이든, 내 생일이든 그런 것 상관없이 바쁘셨던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출근을 하셨고, 나는 혼자 집을 지켰다.


그런데 혼자 있는 조용한 집의 철문에서 소음이 들려오는게 아니던가.

'쿵, 쿵, 쿵'

반항적인 행동에 비해 겁이 많던 나는 깜짝 놀라 달려가 문 밖을 작은 구멍으로 보았다.

"아 빨리 문 열어~~!ㅋㅋ"

이게 무슨 일인가?

같이 학원을 다니던 녀석들이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깜짝 축하를 해주러 온 것이 아닌가?!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이 벅차오르던 순간이었다.


내 인생에(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릴 때지만) '친구'라는 존재들이 나를 축하해주러, 몰래 모여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찾아오다니!

정말이지 감격스럽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기쁨과 놀람이 섞인 표정으로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20년 넘게 나의 가장 친한, 가족과 같은 벗이 되어주었고, 내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친구들 덕에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의 강렬한 기억은 외롭고, 반항기 가득하던 소년을 사회성 있고 친절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첫번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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