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

by 이흥재

2024년 3월14일(목) 맑음


™ 관악역 2번 출구~ 제2전망대~ 학우봉(368m)~ 국기봉(477m)~ 삼성산 (481m)~ 반월암~ 삼막사 일주문~ 경인교대~ 관악역(버스)


지난주에는 화요일에 산엘 가려다가 새벽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날 갈까 했었지만, 토요일(9일) 전에 에티오피아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결국 이번주까지 미루게 됐다. 요즘은 매일 일을 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일주일에 하루씩만 휴식 겸 산행이나 모임을 가지려고 한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옛 봉사단원 동료들을 만났다. 지난해 10월 만난 후 5개월만이었다. 이 모임은 특정 날짜를 정하지 않고 가끔 연락해서 만나는데, 이번에는 지난 설날 아들한테 받은 상품권을 쓰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몰에 있는 원할머니국수보쌈 집에서 모였다. 늘 모이는 사람들이 5~6명 정도 되는데, 지난주에는 시간을 낼 수 없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 5명이 만났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는 삼성산이다. 지난해에는 서울대학교 정문에 있는 관악산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관악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가기로 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2번 환승(올림픽공원역•노량진역)해서 관악역에 내렸다. 어제 지도로 검색하니 2번 출구로 나가야 해서 그렇게 나갔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낯설다. 그래도 지도에서 알려준 대로 도로를 건너기 위해 큰 길로 나가니 그때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신호를 기다렸다가 도로를 건넌 후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난 산비탈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부터는 낯익은 길이 아니어도 이정표를 따라가면 될 테니 걱정할 건 없었다.


산행 초입에 세워진 이정표를 보니 관악역까지 0.4km, 삼성산까지 4.7km다. 그러니까 관악역에서 삼성산까지는 5.1km니까 2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


산은 경사도 많이 심하지 않고 바닥도 흙이어서 걷기 좋다. 땅이 녹아서 질척거릴 수 있는데, 낙엽이 적당히 쌓여 있어서 등산화에 흙이 묻진 않았다. 지난번 산행 때는 바닥이 너무 질척거려서 신발에 흙이 많이 묻어있었다.


조금 오르다 보니 세 갈래길이 나왔다. 그렇지만 직감적으로 오른쪽 오르막길로 간다. 왼쪽길로 가도 어딘가에서 만날지도 모르지만 이왕 산에 왔으니 조금 힘들더라도 확실한 길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20240314_075500.jpg

그런데 오르다 보니 이정표의 목적지가 바뀌어있다. ‘제2전망대’. 어딘지 모르겠지만 방향으로 봐선 삼성산 가는 길이 맞을 테니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기로 했다. 산을 오를수록 흙길이 없어지고 돌길로 바뀌기 시작한다.


멀리 봉우리가 보여서 ‘학우봉’인가 생각했었는데, 가까지 가보니 그곳이 ‘제2전망대’였다. 그냥 봐도 멀리 시내가 보이는데, 안전하게 나무데크를 설치해놨다. 이런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놓은 시설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라에 돈이 없다면 이런 곳까지 손이 미치진 힘들었을 것이다.

20240314_083659.jpg

아,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나무데크가 설치된 곳은 ‘데크쉼터’였고, 98계단과 바위를 올라가니 너른 평지에 ‘제2전망대’ 간판이 세워져 있다. 아니, 여기서는 나무들에 가려 아무런 전망도 볼 수 없는데•••. 위치로 봐선 지나온 ‘데크쉼터’ 자리가 전망대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산을 오르는데 학우봉이 보이지 않는다. 좀전에 본 이정표대로라면 500m 정도만 가면 학우봉이 나와야 하는데, 어느 길로 가야 하는 거야! 제대로 된 길을 찾지 못하고 학우봉인 듯한 봉우리를 보면서 무작정 산을 오르니 전에 봤던 ‘학우봉’ 정상석이 보인다. 밑에서 봤을 땐 분명 봉우리였는데 막상 오르고 나니 여러 바위 가운데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소나무가 호위하듯 서있었다.

20240314_090127.jpg

학우봉에서 다음 목적지를 둘러보니 저 멀리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제서야 등산로가 보였다. 그런데 국기봉엘 가려면 산을 또 내려가야 한다. 늘 그렇듯이 이럴 땐 맥이 좀 빠진다. 뻔히 올라갈 길이 보이는데 계속 내려가고 있으니.


학우봉을 내려와 이정표를 보니 국기봉까지 0.7km다. 그런데 그곳부터 계속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이젠 그런 길이 문제가 되니 않는다. 힘든 건 조금만 참으면 되니까. 그렇게 국기봉에 올라가니 태극기가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그리고 국기봉 밑에는 ‘대한민국 공군전우회 서울 금천구지회’에서 1998년 4월8일 세웠다는 문구를 오석에 새겨 넣었다.


국기봉에서 보니 멀리 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삼성산 정상이 보인다. 거리는 1km도 채 안되지만 산길이라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곳에는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요즘 날씨면 웬만해선 다 녹았을 텐데, 아직도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


09시52분, 드디어 삼성산 정상에 도착했다. 아니, 정상에는 국가시설인 안테나가 세워져 있어서 조금 밑에 안양산죽산악회에서 오석으로 만든 정상석을 설치해놨다. 주위에 누구라고 있다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고 싶었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정상석 사진만 몇 장 찍고 삼막사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20240314_095406.jpg

조금 내려오다 반월암(半月庵)을 지나는데, 반월암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쪽에 시주한 사람들인 듯한 이름이 화강석에 새겨져 있고, 이름 위에는 요상한 붉은색 문양이 함께 새겨져 있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또한 그 옆에는 좀더 많은 시주를 한 사람들로 보이는 네 기의 사리탑 비슷한 석조물이 세워져 있다. 암자는 허름하지만 기념물은 화려하다.


산을 내려오니 삼막사(三幕寺) 일주문 앞이다. 오늘은 삼막사 경내를 구경하려고 했었지만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올라가는 것도 귀찮아 다음으로 미뤘다. 다행히 일주문 옆에 삼막사 설명문이 세워져 있었다.

20240314_101109.jpg

“삼막사는 남북국시대 원효(元曉)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고찰(古刹)로, 화성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다. 원효,의상스님과 윤필거사가 초막(草幕)을 치고 수도한 후 삼막사를 창건했으며,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건 후 관음사 (觀音寺)라 했던 것을 고려 태조(太祖)가 중수하여 삼막사라 했다.”


일주문을 구경한 후 언덕에 설치해놓은 탁자에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려는데, 주차해놓은 자동차 곁에 꿩 한마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차량을 쪼아댄다. 옆에서 사진 찍던 젊은이 말로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공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사진 찍으려고 앞으로 갔더니 이내 날아가버렸다.


탁자에 앉아 에너지바 한 개와 커피 한잔을 마시고 본격적인 하산길에 나섰다. 이정표를 보니 ‘경인교대’까지 2.3km. 옆에 나란히 나있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몇 백m더 멀다. 이래저래 산을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이 길도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길을 푹신하지만 곳곳에 바위가 튀어나와 있어서 조금만 실수하면 돌에 걸려 넘어질 판이다.


산을 다 내려와 포장도로를 걸어가는데 저 멀리 버스들이 몇 대 보인다. 여러 대가 있으니 조금 늦게라도 탈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달리기 시작했다. 경인교대 정문을 지나 버스에 오르니 곧 출발해서 관악역에 내려줬다. 오늘도 무사히 귀가한 것에 감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검단산(黔丹山, 657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