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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둘레길 제3일, 효자길~안골길

by 이흥재

2024년 4월26일(금) 맑음


™ 오늘 걸은 길 : 11구간 효자길~ 12구간 충의길~ 교형우이령 입구~ 13구간 송추마을길~ 14구간 산너미길~ 15구간 안골길


오늘은 효자길(11구간)부터 시작이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출발지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704번은 11분 후에 온다고 하고 다른 버스인 34번은 아예 정보가 뜨지 않는다. 나중에서야 1시간 후에나 온다는 정보가 나왔다. 이래저래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어쩌다가 ‘구파발(舊把撥)’의 유래를 찾아봤다. 구파발역에 세워놓은 ‘진관동 유래’란 설명문에는 딱히 정보가 없다. 그저 “진관동 옛 지명은 ~ 구파발 (黔巖理, 검바우골), ~ 등이 있으며” 정도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게 됐다. “임진왜란 이후 봉수제(烽燧制)가 없어지면서 파발제도(擺撥制度)가 생겼다. 파발은 화급을 다투는 공문서를 전달하는 것인데, 보발(步撥)과 기발(騎撥)로 나눴다. 기발은 25리 간격으로 교대해야 해서 그곳에 참(站)과 파발막을 세웠다. 즉, 구파발은 서울 돈화문에서 벽제와 파주로 이어지는 파발막이 있던 곳”이다. 그런데, 파발막은 여러 곳에 있었을 텐데 구파발만 지명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었나 보다. 그렇지만 그보다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어떻든, 10여분 기다려 704번 버스를 타고 ‘관세농원’ 앞에서 내렸다. 원래 효자길은 ‘효자동 공설묘지’부터 시작되고, 그곳까지 가려면 관세농원에서 되돌아가야 하지만(지도상 거리는 162m다), 어차피 같은 길을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하고, 11구간 ‘포토포인트’는 앞으로 가면 있기 때문에 관세농원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관세농원 앞에는 뜬금없이 ‘관성사(關聖祠)’란 사당 안내문이 있다. “이곳은 관우성장을 숭모제사(崇慕祭祀)하는 사당이다. 관우(關羽)는 삼국시대 촉한 (蜀漢) 장군으로, 자(字)인 운장(雲長)을 따라 관우장이라고 한다.” 안에 사당이 있다는 건가? 그런데,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를 주관한다는 홍보내용이 더 크게 보인다.


큰 길을 따라 5분여 걷다가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다 보니 11구간 포로포인트가 있는 ‘Y자 나무’에 이른다. Y자 모양의 나무야 많이 있겠지만, 하필 나무데크를 깔아놓은 등산로 중간에 떡 버티고 있는 나뭇가지가 정확하게 Y자로 갈라져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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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계속 걷다 보니 낯익은 곳이 나온다. 국사당이다. 전에 북한산 숨은벽 능선을 오르면서 몇 번 지나쳤던 곳이다. 그런데 ‘국사당(國師堂)’을 검색하다 보니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학술저널인 <서울민속학> 제5호(2018.12) 실린 <서울 국사당의 역사적 변천과 기능>이란 논문에는, “서울 남산 국사당은 초제(醮祭) 즉, 별을 보고 제사 지낸 장소로 산봉우리 정상에 있었다. 따라서 국사당은 무격(巫覡= 무당과 박수)을 모신 당집이 아니었다. 남산 국사당은 조선시대 국가제의 소사 (小祀)에 포함돼, 일반인의 접근과 제사 지내는 것을 금지했는데, 19세기 전반 무학대사•나옹•마마호구신, 그 밖의 무신 등을 섬기는 등 국가제의와 무속인 신앙행위가 국사당에서 병행됐다. 1925년 국사당이 남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전한 후에는 단군 등 새로운 신상이 봉안됐고, 국사당 소유가 국가에서 개인으로 바뀌면서 현재는 대표적인 굿당이 됐다.” 위 내용은 인왕산 국사당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의 여러 곳에 있는 국사당도 이를 따라 굿당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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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입구에 ‘등산객 출입금지’란 조그만 팻말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이른 아침인데도 여러 차들이 들락거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안에 선황,용궁,산신각 등이 있다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으니 무엇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국사당 옆에 설치해놓은 탐방객 수를 조사하는 장치를 지나 왼쪽으로 갔더니, 숨은벽능선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가 나왔다. 삼거리라곤 해도 둘레길은 넓은 반면, 숨은벽으로 올라가는 길은 샛길처럼 나있다. 그래도 그곳에 이정표가 있으니 길을 지나칠 염려는 없다. 그렇게 숨은벽능선을 따라 북한산 정상엘 올라갔던 적이 몇 번 있다.


왼쪽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사기막골 입구가 나오는데, 지금은 ‘북한산 사기막 야영장’ 간판이 보이고, 길은 차단돼있으며 그 옆에 조그만 초소가 설치돼있다. 걸어 들어가는 건 괜찮은 것 같은데, 차량은 통제하는 것 같다. 더구나, 나중에 주변에 설치한 프랑카드를 보니, 이곳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궁금증이 생겨 초소를 지나 조금 안으로 들어갔더니 ‘효자동과 사기막의 유래’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박태성이 부친상을 당해 이곳에 아버지를 모시고 매일 묘소를 찾았는데, 그의 효성에 감동한 인왕산 호랑이가 그를 한양에서 이곳까지 태워다 줬다. 박태성이 죽은 後 호랑이 역시 그 무덤 곁에서 죽으니 그 무덤을 만들어줬고, 이곳을 ‘효자리’라 불렀다. 한편, 사기막은 조선시대 사기 굽는 막사가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예로부터 물이 맑고 목재가 풍부해서 가마설치에 좋았다고 한다.”


옛날 신작로(新作路)처럼 생긴 길을 따라 걸어간다. 야영장 안으로는 보도블럭 포장이 돼있는데, 반대쪽으로는 비포장으로 흙바닥이다. 어릴 때 마을에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그 이름을 ‘신작로’라고 했다. 말 그대로 새로 만든 도로란 뜻인데, 어릴 땐 그걸 몰랐으니 어른들 따라 그저 신작로라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시절 신작로는 가끔 들락거리는 트럭들이 사용하는 길이었다. 그땐 그 이름도 ‘제무시’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GMC (General Motors Company)였다. 그 트럭은 가을철 감자나 옥수수 수확철에 몇 번 들어오곤 했었는데, 웅장한 소리와 지금은 매연이라고 해야 할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를 맡기 위해 쫓아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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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 입구에서 5분쯤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12구간(충의길) 입구가 설치돼있다. 연이어 건축된 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 산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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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 설치된 짤막한 출렁다리 중 첫번째 다리를 건너가니 12구간 포토포인트가 있었다. 이곳은 12구간 초입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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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과 숨은벽, 그리고 백운대가 나란히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런데, 백운대 옆에 염초봉도 표시돼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설명문에는 “<북한지(北漢誌)>에는 ‘영취봉(靈鷲峰)’으로 돼있다”고 한다. <북한지>는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고 그에 관해 쓴 지리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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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49분, 교현 예비군훈련장 맞은편에 있는 ‘대광농장’에는 재미있게 생긴 조각과 소나무들이 많이 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오래 전에 걸었던 북한산 둘레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는데, 이곳을 보니 익숙한 기분이다. 아마 그때도 상당히 신기하게 느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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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조금 지나 교현우이동 입구를 지나고, 10분쯤 걸어 올림픽부대를 지나친 후 CU편의점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일찍 나오다 보니 떡집조차 열지 않아서 아침과 점심으로 먹을 걸 준비하지 못해 에너지바로 식사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편의점으로 들어가 햄버거를 하나 샀다. 햄버거 전문점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이지만, 값도 싸고 특히 산에서 먹기엔 괜찮은 편이다.


대광농장부터 큰길 옆을 20여분 걸어오다 다시 산길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곳엔 좌우로 묘지들이 아주 많다. 공동묘지 같기도 하고 가족묘지 같기도 한데, 양지바른 곳에 잘 조성해놓았다.


10시16분, 산속에 설치해놓은 나무벤치에 앉아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아니, 아침을 먹지 않았으니, 브런치라고 해야겠다. 좀전에 산 햄버거를 꺼내고 포도와 파프리카가 든 그릇도 펼쳐놓았다. 거기다 커피도 한잔 따라놨다. 더운 날씨에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햄버거가 다른 때보다 더 퍽퍽해서 그런지 싸 갖고 간 파프리카 조각을 다 먹었다. 포도도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후식으론 커피를 마시고.


교현우이령 입구에서 2.6km 지나 오봉탐방지원센터까지 왔는데, 여기부터 송추마을이다. 13구간 이름이 송추마을길이었는데, 이곳을 지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이정표를 보니, 이곳으로 2km 올라가면 여성봉이 나왔다. 전에 여성봉을 올라갔을 때 이쪽 방향으로 난 길을 보긴 했지만, 이쪽으로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 내려올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오봉탐방지원센터 야외부대 앞에서 13구간 포토포인트를 찍고 송추마을을 벗어나 ‘허세의 정원’을 간다.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커다란 단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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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다리 밑에 설치해놓은 주차장을 끼고 14구간 산너미길을 향해 간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몇 대 없다. 평일이어서 그런가 보다. 아무래도 휴일이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 같은 위치다.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고가다리 밑에 대형주차장을 만들어놓은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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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탐방지원센터에서 1.4km 걸어 맹호부대 앞에 도착했다. 인터넷을 보니 1965년부터 8년간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기계화 보병사단이라고 하는데, 나는 자꾸만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킵시다”로 시작되는 군가(맹호들은 간다)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땐 어릴 때라서 그런지 그 이상은 알지 못하겠다. 하긴, 첫 가사도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고 알긴 했다.


11시23분, 14구간 산너미길로 들어간다. 계속되는 산길이다. 계곡에 놓인 조그만 나무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돌계단과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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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쯤 의정부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바위 위에 설치된 14구간 포토포인트를 찍고 15구간 안골길을 만난다. 안골길 종점인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는 4.7km 남았지만, 오늘은 15구간 포토포인트가 있는 직동공원까지만 가기로 했다.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간다고 해도 지하철을 타려면 또 1.7km쯤 더 걸어야 해서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직동공원까지가 그렇게 먼 줄 그때까진 몰랐다.


안골길 시작지점은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한낮이지만 그늘이 조금 드리워 있고 아직은 기온이 높지 않으니, 땅의 열기는 거의 없다. 그렇게 10분쯤 내려오니 둘레길은 오른쪽으로 난 조그만 시멘트 다리를 건너 산속으로 이어지도록 나있다. 그리곤 또 다시 오르막길이다.


직동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그런데 방향표시만 있고 거리는 모르겠다. 그리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전에 사패산을 오르내릴 때 왔던 길이다. 이래저래 길이 다 연결돼있다. 그런데 조금 가다 이정표를 보니 직동공원까지 아직 1.2km 남았다. 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았다고? 그나마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는 3.3km였다.


12시55분, 드디어 직동공원에 있는 15구간 포토포인트를 찍었는데, 또 다시 오르막길 시작이다. 그런데, 올라가다 생각해보니 이대로 가면 회룡탐방지원센터로 가야 할 테니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의정부시청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의정부시청이 있었다.


이제 의정부시청에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정표는 또 오르막을 향한다. 그렇게 걷다 보니 의정부전철역 계단 앞이다. 전에는 의정부시청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왔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전철역에 왔으니 올라가서 귀가하면 된다. 그런데 조금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어떡하지? 이왕 땀 흘린 김에 걷지 뭐! 그렇게 계단을 올라 화장실로 가서 땀에 젖은 티셔츠를 갈아입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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