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17일(금) 맑음
잠시 미뤄뒀던 송파둘레길 걷기 첫날이다. 송파둘레길은 송파구를 둘러싸고 있는 한강과 성내천·장지천·탄천을 따라 한바퀴 도는 21km 거리의 순환형 둘레길이다. 이 길은 하천별로 구간을 정해 4개 코스로 돼있다. 21km를 딱딱한 포장도로로만 하루에 걷기엔 좀 무리인 것 같아서 오늘 걷는 길은 1코스 성내천 구간(6km)과 4코스 한강구간 (3.2km)으로 10km쯤 된다.
오늘은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출발지점까지 간다. 집에서 개롱역을 지나 성내천 물빛광장이 있는 성내5교까지 1.1km 걸어가 본격적으로 성내천을 따라 송파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실은, 성내천구간은 여기서 500m쯤 상류로 올라가 성내4교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다음에 걸을 때 어차피 그곳을 지나기 때문에 한바퀴 도는 거리는 똑같다.
산책길에는 이른 아침부터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성내천에는 백로 한마리가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다가 물속에서 뭔가 한마리 입에 물었는데, 덩치에 비해 너무 작은 물고기다. 그래도 여러 번 시도하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겠지! 그런데, 나무다리 밑에 많이 모여있던 잉어들이 오늘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서식지를 이동한 건가?
성내천변에는 송파와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설명한 안내문을 세워놓았다. 그중 첫번째 내용은 ‘송파백중놀이’다. 음력 7월15일인 백중(百中)은 전국 어디서나 명절로 즐겼지만, 특히 송파백중놀이는 “임금께 진상하는 꿀단지도 송파를 거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중요한 상업관문이었던 송파장에서 다양한 행사와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다리밟기’는 고려시대부터 행해졌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자신의 나이만큼 다리(橋)를 밟으면 그해 다리(脚)에 병이 나지 않고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으며, 특히 송파다리밟기는 뛰어난 가무를 곁들여,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서울, 25부작> 프로젝트 중 하나가 설치된 보행터널을 지난다.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곳인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서울, 25부작> 프로젝트는 2020년 8월부터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품을 선정해 서울 25개구에 설치한 것인데, 이곳에 설치된 작품제목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다. 보행터널 천정에 LED 전광판을 설치한 것인데, 상영시간이 아침 9시부터라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오금1교쯤 가니 성내천에 대한 안내문에 세워져 있다. “성내천은 길이 9.85km로, 청량산(淸凉山)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 든다. 한동안 건천이었었는데, 2005년 6월 복원해 한강물과 지하철 용출수를 유입시키고 수생식물을 심어 여러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송파산대놀이’에 대한 안내문도 있다. “송파동과 가락동 일대에 전승된 가면극으로, 정월대보름·단오·백중·추석 등 명절에 즐겼다. 춤을 위주로 재담과 소리·동작이 어우러지며,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올림픽공원을 지나는데 담벼락에 많은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물론, 이것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2013년 세계대회를 통해 조성된 곳이란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도 내겐 좀 난해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작품내용을 알고 본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림픽공원 북2문 옆에 있던 ‘벼농사체험장’이 없어졌다. 그것엔 조그만 원두막도 하나 있었는데, 그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에, 무슨 공사를 하는 건지 중장비와 트럭들이 많이 와있다. 어쩌다 오는 곳이긴 해도 없어지니 서운하다. 그래도 안내판은 아직 그대로 있다. 미처 못 치운 건가? 아니면, 나중에 다시 조성해 놓을 건가? 후에 와보면 알겠지!
올림픽공원을 지나 둑방길에 접어들었는데, 벚나무가 터널을 이뤘다. 이 터널은 한강까지 2km 넘게 이어지는데, 벚꽃 필 무렵 온다면 정말 장관일 것 같다.
벚나무터널 초입에 ‘송파장’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조선 후기 전국 15대 장시(場市) 중 하나로 꼽혔던 장터로, 한강이 석촌호수 쪽으로 흘렀을 때 서울근교 한강 5대 나루 가운데 하나인 송파나루 인근에 있었다. 송파장이 번영하면서 송파산대놀이가 생겨났다.”
시각장애인축구장을 지나 성대교 다리 밑에 송파둘레길 스탬프카드함이 있어 한장 꺼내 스탬프를 찍으려는데 찍히질 않는다. 왜 그러지? 다시 찍어봐도 마찬가지다. 그제야 설명서를 읽어보니 잉크 없이 요철이 생기도록 찍는 거여서 잘 안보였던 거였다. 그런데, 나중에 스탬프카드를 사진 찍어 보내면 완주인증서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확인하지?
벚나무터널을 따라 1km 남짓 걸어 한강과 성내천이 만나는 곳에 도착했더니 그곳에 4코스 스탬프함이 있다. 전에는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겼나 보다. 그런데, 또 실수! 스탬프를 4코스 난에 찍어야 하는데 2코스 난에 찍었다. 어차피 한바퀴 돌 거니까 나중에 또 바꿔 찍으면 되겠지!
한강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산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주로 물고기를 먹지만 황소개구리·배스 등 외래종을 잡아먹는 조절자 역할도 한다. 수컷은 15km, 암컷은 7km 이동하며 생활한다.” 그리고, 수달한테 해코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 넓은 한강에서 수달을 발견하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송파둘레길 코스가 워낙 단순해서 그런지 표지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살짝 헷갈릴 때도 있다. 한강구간에서는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의 탄천 합수부까지 가면 되지만, 길이 여러 갈래다. 한강변을 걷는 길도 있고 한강과 도로 사이에 조성된 작은 숲길을 따라 갈 수 있다. 어느 길로 가든 만나겠지만, 그래도 선택은 해야 한다.
지나면서 보니 이곳엔 뽕나무가 있다. 열매인 오디도 달려있는데, 낮은 곳엔 아직 덜 익은 것만 있고 높은 곳에 까맣게 익은 오디가 있지만 맨손으로 따긴 어려워 사진만 찍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잠실(蠶室)이란 이름을 있게 한 뽕나무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조선초기 뽕나무를 키워 누에 치고 비단 짜는 일을 나라의 중요산업으로 여겨,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는 친잠례(親蠶禮)를 거행했는데, 이곳에도 뽕나무를 심고 잠실을 뒀던 데서 마을이름이 생겨났다.” 뽕나무는 열매는 물론 잎이나 뿌리·줄기까지 여러 효능이 있어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강변을 따라 걷다가 강변에 세워놓은 동방명주(東方明珠)의 내부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이곳을 운영하던 대표가 중국 비밀경찰로 지목돼 수사 중이란 뉴스를 본적 있었는데, 그로 인해 영업이 정지됐나 보다.
08시46분, 탄천과 한강 합수부에 도착했는데 역시 스탬프함은 없다. 그리고, 탄천변에 조성해놓은 주차장에도 차가 한대도 없다. 주차장을 폐쇄한 건가? 언젠가 장마 때 침수피해를 본적 있는 곳이라서 그런가? 그뿐 아니라 강남경찰서에서 운영하는 운전면허시험장도 없어졌다. 안 와보는 동안 소소하게 변한 게 많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기로 했었으니까, 종합운동장역으로 가서 귀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거리도 만만치 않다. 거의 1km 이상 더 가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짧게 걸어도 막바지엔 힘이 든다. 종합운동장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올림픽공원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 後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