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로 이동, 바욘에서 생장피에드포르로

by 이흥재

2024년 6월1일(토)


아침 5시45분에 알람을 맞춰 놨었는데, 좀더 일찍 일어났다. 간단하게 씻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 7시부터 시작한다는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주인에게 지금 먹어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아침식사는 3종류의 빵과 잼, 그리고 커피가 다였다. 그래도 빵은 먹을 만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가까운 곳에 있는 바욘역으로 갔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바욘역에 도착하고 난 후에는 빗방울이 점검 굵어져서 소나기로 변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바욘역에는 많인 사람들이 와있었다. 그중에는 한국사람도 있었다. 여동생과 친구 등 셋이 온 여자들이었는데, 그들은 북쪽길을 걷기 위해 엉데로 간다고 했다. 나는 대구에서 왔다는 젊은 남자와 함께 생장피에드포르행 기차를 탔다. 그 남자는 간호사를 하고 있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다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


차에 타고 보니 한국에서 온 젊은 남녀 둘이 또 있었다. 여자는 고향이 삼척이고 서울에 산다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남자는 아직도 신상을 알지 못한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생장피에드포르역(Gare de Saint-Jean-Pied-de-Port)에 내려 넷이 함께 공립알베르게(Refuge Municipal Saint-Jean-Pied-de-Port)까지 걸어갔다. 알베르게는 오후 2시 반에 문을 열지만, 우선 배낭으로 접수 받는 차례를 정하기 위해 미리 갖다 놓으려고 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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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순례자사무실(Les Amis Du Chemin De Saint Jacques)로 갔다. 우리 앞에 한두 명 기다리고 있었지만 잠시 후 내 차례가 됐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대한민국산티아고순례자협회(caminocorea.org)에서 순례자여권(Credencial)을 발급받아 왔지만, 새로운 것으로 다시 만들고 싶어 2유로를 주고 다시 발급받아 스탬프(sello)를 받았다. 순례자사무소에서는 내일 여정인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en euskera Orreaga)까지 가는 루트에 대한 안내와 함께 프랑스길의 알베르게와 지역별 고도(高度)에 대한 정보도 함께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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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사무소를 나와 생장피에드포르를 구경하기 위해 우선 성벽(Murallas de Saint-Jean-Pied-de-Port)을 한바퀴 이곳저곳 거리도 돌아다녔다. 마을구경도 하고 식사할 곳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들어가 햄버거와 맥주 한잔을 주문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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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돌아다닐 곳도 마땅치 않아 오픈시간까지 남은 2시간 정도 알베르게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어떡하지? 마땅히 들어갈 곳도 없다. 다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커피를 팔고 있는 바르를 찾아냈다. 가장 싼 에스프레소를 한잔 주문하고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2유로도 되지 않는 커피를 주문하고 화장실까지 쓰는 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테이블에 좀 식어있는 에스프레소를 갖다 놨길래 얼른 마시고 바르를 나왔다. 이제 알베르게 문 열 시간도 거의 됐다.


알베르게로 돌아가 조금 기다리니 알베르게 직원이 문을 열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뒤에 서있던 사람이 먼저 들어간다. 얌체 같으니라고. 그리고 나서 삼척 아가씨 다음에 내가 침대를 배정받고 나서 샤워를 끝내고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를 찾으니 보이질 않아 어쩔 수 없이 밖에 있는 빨래터에서 속옷과 수건만 빨아 널었다. 오늘 날씨가 해가 났다 흐렸다 해서 비가 올지 모른다는 걱정은 있지만, 바람도 적당히 불어 빨래가 잘 마를 것 같긴 하다.


오후 6시가 지나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성채거리(Rue de la Citadelle)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문에 띄는 메뉴가 보인다. 순례자메뉴(Pilgrims Menu)다. 일단 눈도장을 찍어두고 조금 더 구경하다가 별다른 곳이 없어 그 식당으로 다시 갔다. 그런데 메인이 파스타 뿐이다. 아, 나는 파스타는 별로인데! 메뉴판을 보면서 망설이고 있으니 식당주인이 한국사람이냐고 묻고는 한글메뉴판을 갖다 준다. 딱히 영어를 몰라 주문을 망설인 건 아니었지만, 한글메뉴판까지 주니 그냥 나올 수가 없어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다. 그렇게 한끼 해결하면 됐지, 뭐! 가격은 15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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