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1일(화) 비오고 흐림
코스 : 고덕역~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 성내천~ 탄천~ 수서역
지난주엔 지리산종주를 다녀오느라고 한 주 거르고 다시 서울둘레길 걷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오늘은 4일째 걷는 날이다. 당초 8개 코스로 개통했던 서울둘레길을 지난 4월부터 21개 코스로 세분화하면서 한번에 걷는 거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체 거리는 157km도 변함없기 때문에 걸어야 하는 날수가 늘어난 셈이다.
엊저녁에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오늘아침에 비가 올 거라고 했지만 오늘 코스가 어렵지 않으니 우산을 쓰고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산행을 강행하기로 하고, 출발지점인 고덕역으로 갔다. 그런데, 고덕역까지 가려면 강동역에서 하남검단산 쪽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운이 없게도 양방향 전철이 동시에 도착하는 바람에 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으려니, 이번엔 마천방향 전철이 연거푸 들어왔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지? 결국 한참 기다렸다가 하남검단산 방향 전철을 타고 고덕역에 내렸는데, 그래도 가까운 거리라 아직 7시 반도 안됐다.
5분쯤 걸어 오늘 출발지점인 명일공원 입구에 도착해, 곧바로 계단을 오르며 걷기를 시작했다. 하늘이 잔뜩 흐리긴 했지만 아직 비가 오진 않는다. 하긴 우산을 챙겨왔기 때문에 비가 와도 큰 걱정은 없다.
오늘은 일자산을 지나긴 하지만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그리고 서하남사거리까지 숲길이 이어진다. 또한 이곳은 올림픽공원부터 명일역까지 이어지는 ‘강동그린웨이’와 겹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1시간도 걷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그나마 숲속이라 나무들이 빗물을 조금 가려주긴 해도 어쩔 수 없이 우산을 꺼내 들었다. 우선을 썼어도 옷이 젖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배낭만 젖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산을 쓰고 있으니 손이 자유롭지 못해 사진 찍는데도 지장이 많다.
8시33분, ‘일자산(一字山) 해맞이광장(廣場)’에 도착했다. 일자산은 서울 강동구와 경기 하남시 경계를 이루는 134m 야산으로, 남북으로 한 일(一)자로 뻗어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둔촌(遁村) 선생이 후손들에게 이르는 문구를 화강석에 새겨놓은 기념비가 있다. 둔촌은 고려후기 문신 이집(李集)의 호(號)로, 그는 1669년 구암서원(龜岩書院)에 배향 (配享) 됐는데, 강동구 둔촌동은 그의 호에서 유래된 것이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리고 서하남사거리를 지나 9시3분, 첫번째 스탬프함이 있는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도착했다. 오늘 출발지인 명일공원 입구에서 7.7km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서 오늘 목적지인 수서역까지는 아직 8.6km를 더 가야 한다.
다시 7분쯤 걸어 성내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넌다. 전에는 이곳에 나무데크로 만든 조그만 다리가 놓여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지금은 철거되고 대신 화강암으로 만든 돌다리가 놓여있다. 개천을 건너는데 별다른 불편함은 없지만, 나무바닥의 탄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쉽긴 하다.
개천 옆에 세워놓은 안내문을 보니, 성내천은 길이 9,85km로 청량산에서 발원해 송파구 마천동오금동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전에는 유량이 부족해 건천(乾川)이었는데, 2005년 6월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복원돼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하천이 되면서 지역주민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성내천 변에는 송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설명문이 설치돼있는데, 그중 ‘송파다리밟기’는 “고려시대부터 행해졌던 민속놀이로, 자신의 나이만큼 다리(橋)를 밟으면 그해 다리(脚)에 병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리밟기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전국에서 행해졌지만, 송파다리밟기는 뛰어난 가무(歌舞)로 인해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9시40분, 성내천을 벗어나 오금로51길을 따라 오금로를 가로질러 장지근린공원으로 들어간다. 이곳에 세워져 있는 ‘임경업 장군설화’에 따르면, 주위 지명들과 임경업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롱 (開籠)은 조선 인조 때 임경업이 갑박산에서 고리궤짝을 주워 이곳에서 열어보니 투구와 갑옷이 나왔다고 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마천동 (馬川洞)문정동(文井洞)천마산(天摩山) 등도 임경업과 관련 있다고 한다.
장지근린공원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 장사바위에 이른다.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는 오래 전 멸종돼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었는데, 중국에서 발견된 後 우리나라에 1956년 들어와 보급되면서 가로수나 공원수로 심고 있다. ‘메타(meta)’는 ‘다음뒤’란 뜻이고, 세콰이어(sequoia)는 이 나무와 친척관계인 미국의 대표적인 침엽수다. 세콰이어의 뒤를 이를 나무한 뜻에서 메타세콰이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사바위’는 임경업이 부하들과 이곳을 지나다 샘물을 마시면서 쉬었던 바위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바위는 1990년 보안부대 진입로공사 때 매몰됐던 것을 복원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장지근린공원을 지나 장지천을 따라 잠시 걷는다. 서울시계(市界)인 장지동(長旨洞)은 마을이 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장지천 구간을 반쯤 걷다가 우연히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손자한테서 문자가 와있다. “할아버지 뭐해?” 심심하니까 놀라오라고 할 때 보내는 문자다. 답장을 한 後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 놀라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맘이 급해진다. 하지만 어차피 오전에는 갈 수가 없다. 아직은 걸을 거리가 꽤 남아있고, 다른 교통수단도 없으니 오로지 걸어가야만 한다. 그래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걷다 뛰기를 반복한다. 등산화가 무거워서 뛰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그런 걸 가릴 게재가 아니다.
탄천을 지나는데 비행기 소리가 요란하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거치해놓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어서, 서울공항 방향을 바라보니 전투기들이 오색연기를 내뿜으며 이륙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국군의 날이다. 아마도 퍼레이드의 일환으로 항공쇼를 펼치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륙 後 비행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구름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그리고 굉음만 요란할 뿐이다. 정말 좋은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드디어 11시 조금 지나 오늘 목적지인 광평교 인근 오늘의 두번째 스탬프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당초 계획은 여기서 집까지 걸어가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귀가하려고 했었는데, 한시바삐 손자를 만나러 가야 해서 가까운 수서역으로 간 後 오금역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귀가해,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손자를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