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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제7일, 관악산역~구일역 15.3km

by 이흥재

2024년 10월25일(금) 맑음


요즘은 매주 화요일에 산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주엔 화요일과 수요일에 연거푸 비가 와서 금요일인 오늘 산행을 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서울둘레길은 전체 157km를 21개 코스로 나눠 걷는데, 하루에 2개 코스 정도를 걷는다. 그중에서 오늘은 12코스(호암산코스 7.3km)와 13코스(안양천 상류코스 8km)를 걸을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로써 반 이상 걷게 되는 셈이다.


출발지점인 관악산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올림픽공원역과 종합운동장, 그리고 신림역 등 3번을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공원역에 가니 운 좋게도 바로 ‘급행’이 왔다. 종합운동장까지만 가는 거니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괜히 기분이 좋다. 일반을 타면 여섯 정거장을 서야 하지만 급행은 석촌역에서 한번만 서면 바로 종합운동장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2호선을 타고 한참 더 가서 신림에서 갈아타고 7시40분쯤 관악산역에 도착했다.


관악산역에는 출구가 하나 뿐이라 곧바로 1번 출구로 나가 관악산안내도와 관악산공원 일주문을 지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8분쯤 숲길을 걷다가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바닥에는 큰 돌들이 가지런히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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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 조그만 다리로 계곡을 건너면 왼쪽으로 작고 오래된 장승들이 줄지어 서있다. 옆에 세워놓은 설명문을 보니, “장승은 이정표나 수호신 역할을 하며, 2개를 한쌍으로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을 새겨서 마주보도록 설치했다. 이곳 장승들은 지난 2011년 7월 집중호우 때 쓰러진 나무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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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8분, 돌산국기봉 갈림길에 왔다.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을 돌산을 230m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옆에 세워놓은 이용안내문에는 100m라고 써있다. 어떤 게 맞는 거야? 아무튼, 잠시 망설이다가 국기봉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 길을 여려 번 지나다녔지만 국기봉에 다녀오기는 처음이다. 바위투성이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정말 돌산에 국기봉을 세워놨다. 그리고 그 앞에는 누군가 감을 몇 개 올려놨다. 산신제라도 지낸 건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그런지 태극기는 나풀거리며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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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봉에서 내려와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이곳은 ‘관악산둘레길’과 겹치는 곳이라, 조그만 나무기둥 위에 붙여놓은 표지판들이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세워놓은 지 오래돼서 나무가 썩어가는 것도 있다.


길을 가다 왼쪽으로 빠져 보덕사(普德寺)에 잠깐 들렀다. 산중이라 터가 좁아서 그렇겠지만 대웅전은 아주 조그맣게 지어져 있다. 대신에 마당 한가운데 5층 석탑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커다란 금불상도 봉안돼있다. 그래도 분위기를 보니 사람들이 더러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신도는커녕 절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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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을 걷다 보면 숲속에 트리전망대를 세워놓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하긴 아주 방치돼있는 건 아니겠지만, 가성비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모양은 괜찮으니 눈요기라도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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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39분, 삼성산성지를 지난다. 이곳은 여러 번 봤던 곳이기 때문에 오늘은 안내문만 읽고 지나간다. “이곳은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조선 제2대 교구장과 두 신부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이들이 시성(諡聖)되자 서울대교구에서 1989년 성인유해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관리본당인 삼성산 성당에서 월례미사와 주일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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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47분, 호압사 포대화상이 설치된 곳에 도착했다. 포대화상 옆에 주지명의로 까만 돌에 새겨놓은 설명문을 보니, “포대화상은 항상 서민들과 함께 하는 스님이며, 배를 만지면 부자가 되고 귀를 만지면 장수하며 머리를 만지면 총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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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호압사에 대한 안내문에는, “조선 태조는 왕사(王師)인 무학대사의 조언대로 서울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짓는 과정에 꿈속에 어둠 속에 반이 호랑이인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건물을 들이받으려고 해서 군사들이 활을 쏘아댔지만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태조가 침통한 마음으로 침실에 들었을 때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다’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한 노인이 있어 묘안이 있냐고 물었는데, 노인이 손가락을 가리켜 시선을 옮기니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꿈에서 깬 태조는 무학을 불러 말을 전했고, 무학은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암산(虎岩山)에 호압사(虎壓寺)를 창건하게 됐다.”


그런데 호압사 경내를 보니, 약사전(藥師殿) 왼쪽에 있던 심검당(尋劍堂)이 없어지고 천막을 쳐놨다. 공사안내판에는 12월15일까지 2층짜리 건물을 짓는다고 돼있는데, 아직은 형체도 보이지 않으니 기일 내에 공사를 마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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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54분, 석수역을 지나 구일역까지의 13코스를 걷는다. 이곳 이름이 안양천 상류코스인 것처럼 안양천 뚝방길을 따라 가는 길이다. 이곳엔 벚나무가 많이 있어 벚꽃철에 왔으면 좋은 경치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푸른 녹음의 그늘에 만족하며 걸어간다.


11시,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휴식 겸 간식타임을 가졌다. 아침을 일찍 먹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에너지바 2개와 샤인머스켓, 그리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허기는 면한 것 같다.


이제 오늘 목적지인 구일역까지는 2km가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30분도 걸리지 않아 마침내 구일역에 도착했다.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땀을 좀 씻고 지하철을 탄 後 신길역에서 갈아타고 무사히 귀가했다. 지하철을 처음 탔을 땐 앉을 자리가 없었지만, 다행히 두 정거장 지나 빈자리가 나서 편히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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