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29일 (화) 흐림
코스 : 구일역 ~ 한강합수부 ~ 가양대교 남단(10.2km) ~ 노을공원 ~ 월드컵경기장 ~ 월드컵천 ~ 증산역(7.7)
서울둘레길 여덟번째 날이다. 오늘은 14코스(안양천 하류코스)와 15코스 (노을.하늘공원코스)를 걷게 된다. 오늘 걷고 나면 여섯 코스가 남게 돼 3번만 더 걸으면 완주하게 된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11월 안에 끝낼 것 같다.
오늘 출발지인 구일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롱역에서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올림픽공원역(9호선)과 노량진역(1호선)에서 갈아타야 했다. 그래도 다른 날보다는 덜 붐벼서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날씨가 흐리긴 해도 비 예보는 없어서 우산도 갖고 나오지 않았는데, 하늘이 너무 까매서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구일역 1번 출구로 나와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둑방길을 따라 걷는데, 안양천 너머로 고척스카이돔이 보인다. 이 길을 지나면서 자주 보던 풍경이지만, 정작 가까이 가본 적은 없다.
지난주에 걸었던 안양천 상류코스는 벚꽃길이었는데, 오늘 걷는 하류코스는 단풍나무길이다. 하지만 아직은 단풍이 조금도 들지 않아 여름철의 진녹색 그대로다. 둑방 오른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가 지나지만 나무가 무성해서 차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둑방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안양천 안내문을 보니, “안양천은 한강 제1지류로 1400년경 대천(大川)으로불렸으며, 조선 후기 기탄(岐灘)을 불리다 근세부터 안양천으로 불렸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발원해 안양시를 지나 서울 7개 구(區)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32.5km의 도시형 하천이다.”
8시10분, ‘영등포 행복 맨발길’을 지난다. 둑방길을 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경계석을 놓고 황토길을 만들어놨다. 그런데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일부 구간은 진흙길로 바뀌어 있는데도, 몇몇 사람들은 맨발로 걷고 있다. 다행히 군데군데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를 설치해놔서 이용하기엔 편한 것 같다. 게다가 신발을 벗어놓고 걸을 수 있도록 신발장까지 비치해놓았다.
오늘도 가로수길에 매달아놓은 맘에 드는 글귀를 볼 수 있었다. 링컨 (Abraham Lincoln 1809~1865)이 한 말이라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 먹은 만큼 행복하다(Most folks are as happy as they make up their minds to be.).”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언제 어디서 한 말인지는 찾지 못하겠다.
9시7분, 안양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자전거를 세워놓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물론 나처럼 걷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그리고 앞에 조금 후에 건너야 할 가양대교가 보인다, 이정표를 보니 2.5km 남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두고 걸어가는데,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계속 마주친다. 하지만 길이 넓어서 부딪칠 일은 없으니 약속대로 오른쪽으로만 열심히 걸어가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9시26분, 염강나들목을 지나 오늘 첫번째 스탬프함에 도착했다. 이제 가양대교 남단까지는 800m 남았다. 여기부터는 마을길이다. 하지만 외곽이라 주민들에게 크게 방해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그리고 10분 남짓 걸어 가양대교 남단에 있는 스탬프함에서 다시 한번 스탬프를 찍고 가양대교를 건너간다. 오른쪽으로 차들이 많이 다니지만 가드레일로 인도와 구분돼있어서 조금 시끄러울 뿐 위험하진 않다.
15분쯤 걸어 가양대교 북단까지 왔는데,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다. 운행재개길이 10월24일이라고 붙어있는데,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왼쪽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정표를 보니 가양대교 길이가 1.4km쯤 되는 것 같다.
난지도 아랫길을 따라 둘레길을 이어간다. 길옆에 세워놓은 안내문을 보니, “난지도는 풍광이 아름다운 섬이어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고 땅콩으로 유명했지만, 1978년 쓰레기 매립지가 됐다가 1992년 이후 철새들의 천국인 난지한강공원으로 거듭났다.”
난지나들목을 지나 계단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10분쯤 지나 메타세콰이어길을 만났다. 1999년 1,350m의 산책로를 조성한 곳이라는데, 25년 만에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다니 놀랍다. 하나 아쉬운 건 나무를 지그재그로 심어놓아 간섭이 적어 나무생태에는 좋겠지만, 사진을 찍으려니 영 각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10시49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분명히 비 예보가 없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벌써 우산을 받쳐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비를 맞고 있다. 아주 약한 비라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어쩌지? 여기에 월드컵경기장역이 있으니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까? 목적지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걸어?
아직은 맞을 만 한 것 같아 계속 걷기로 했다. 목적지인 증산역까지는 1.6km가 남았다. 그런데, 불광천으로 내려서니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걷고 운동하고 있으니 용기가 더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불광천은 지금 한창 공사중이다. 올해 말까지 한다고 쓰여있다. 그리고, 최근에 월드컵천으로 이름이 바뀌었나 보다. 새로 쓴 안내문에는 월드컵천이라고 했지만, 오래된 것들은 아직도 불광천이라고 그대로 쓰여있다. 앞으로 차차 바꾸겠지.
월드컵천을 따라 20분쯤 걸어 왼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 증산역으로 향한다. 증산동(繒山洞)은 전에 ‘시루뫼’라고 했다는데, 마을 뒷산(반홍산)이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다. ‘증’자는 원래 ‘시루 증(甑)’을 쓰다가 밑이 뚫려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고 고종에게 상소해 갑오경장 무렵부터 지금의 ‘비단 증(繒)’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길을 건너 둘레길은 왼쪽으로 이어지지만, 오늘은 증산역까지만 걷기로 했으므로, 오른쪽으로 가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부터 들렀다. 오늘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갖고 오긴 했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 밖에서 먹긴 곤란해 소고기덮밥을 주문해 먹었다. 모양은 괜찮았지만 맛은 평범했다. 늘 음식 먹는 것에 대해서 별로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불만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증산역으로 가서 6호선을 타고 공덕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탄 후 귀가했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