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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경 Dec 28. 2024

그녀들에게서 배워요

- 정리하며 만난 사람들

"잘 먹었습니다 ~~"

작업 중 같이 점심을 먹고 나오노라면 나의 동료 중 상당수는 ‘솔’ 톤으로 꼭 인사를 건넨다.

사실 나는 이전에는 그냥 조용히 스르륵 나오는 편이었다. 특별히 어떤 감정에서 그러는 건 아니었고 그저 나는 배고파서 주문했고 음식이 나왔고 먹었고 돈 냈고 그러니 퇴장, 뭐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사를 건네는 동료들과 지내다 보니 저절로 같이 그러게 된다. 그러면 왠지 안녕히 가시라는 사장님의 목소리 톤도 좀 더 밝은 ‘솔’ 톤으로 느껴진다.




작업 중 만나는 고객님들의 작업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반응은 정말 다양하다.

환호하며 물개 박수를 치시는 분, 와~~ 방청객 모드로 변신하시는 분,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시는 분, 눈에서는 충분히 놀라워하는 게 보이는데 애써 무덤덤한 척하시는 분, 뭐 돈 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 온몸으로 뻣뻣하신 분, 그 외 기타 등등.


그런데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뻣뻣하고 까탈스러운 고객님들보다 좋아해 주시고 감동해 주시는 고객님들 작업에 훨씬 더 많이 공을 들이게 된다고 한다.

한번 생각할 거 두 번 세 번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해 드릴까 궁리하게 된다는데 사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렇다고 우리가 좋아해 주지 않으면 대충 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다들 일에서만큼은 자부심 가득한 여인들이라 ‘대충’이란 있을 수 없는 건 기본이다. 거기에 더해 치른 비용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는 방법은 어쩌면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요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칭찬과 감동과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나도 정리수납 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의 거의 모든 상황에서 소비자인터라 좋아해 주시는 고객님들을 보면 그런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김하곤 한다.



귀갓길, 기사님이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연신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해주신다.

그런데 열 번에 한 번도 되돌아오지 않는 인사가 왠지 외롭다. 내가 내리면서 씩씩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니 문 닫히기 직전 다시 돌아오는 기사님의 "감사합니다"가 밝은 '솔' 톤이라서 싱긋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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