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by 이홍

회관 밖으로 나가는 영연의 걸음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시선 한 번 주지 않는 희운의 행동에 혀를 내두른다. 저렇게 살 거면 뭐하러 살 부대끼며 사나, 애도 다 키웠는데 이혼하지.

미윤은 그를 따라간다. 밖으로 나가면 악취가 심하리란 사실을 알지만, 여기라고 냄새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멀뚱하니 시간 낭비하는 기분이나 느끼고 있느니 차라리 영연을 따라 나가서 그의 반응과 임순희 어르신의 상태를 살펴보는 게 좋다.

문을 열자마자 콧속을 찌르는 악취는 상당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손이 올라가 코와 입을 막는다. 하지만 영연은 그러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정신이 빠진 건지, 쥐고 있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앞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신발 바닥에 잉크를 찍는다면, 그가 남긴 흔적은 미로가 될 거다. 앞으로 가는 건지, 뒤로 가는 건지, 옆으로 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말 한마디 걸기도 힘들다.

정말로 쓰러져 버릴 듯했다. 나뭇잎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지나치게 놀란 나머지 심장을 부여잡고 엎어질 모양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옆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쓰러질 거라면 적어도 임순희 어르신이 계실 때 쓰러지던가.

비틀거리는 만큼 걸음도 빠르지 않다. 그러나 덥고 습한 여름 공기를 타고 흘러오는 악취는 점점 심해진다.

어르신 댁은 연못에 가깝다기보다 마을 안쪽에 가깝다. 그렇지만 회관과 연못의 거리를 따지면 어르신 댁이 연못에 더 가깝다. 연못에 뭘 뿌렸는진 모르겠지만, 지독하다는 건 분명하다. 물고기가 썩어서 나는 냄새라고 하기엔 과하단 느낌?

그런 악취를 맡아가면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영연은 의식이 없는 사람 같다. 정수리에 달린 실로 누군가 조종하는 듯하기도 하고, 뇌는 깊게 잠들어 있는데, 몸은 멋대로 움직이는 듯하기도 하다.

어르신 댁으로 가려면 망한 슈퍼 뒤에 자리한 석혁의 집을 왼쪽으로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만약 그쪽이 덜 빠르다고 해도, 연못에서 나는 악취가 심각한 지금은 최대한 연못에 가깝게 닿지 않는 길을 택해서 돌아가는 게 나은 선택이다.

영연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르신 댁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이 마을에 오래 살면서 몸에 익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다. 그의 걸음이 석혁의 집 왼쪽이 아니라 망한 슈퍼 쪽을 향하고 있다.

잡아 세우고 싶었으나, 그 충동을 억제하는 만큼 입과 코를 막은 손에 힘을 강하게 준다. 건드리지 말자, 말도 걸지 말자. 따라가고 있다는 건 발소리가 나니까 알겠지. 혹시 모르나? 정신 빠진 나머지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어가는데도 그 소리를 못 듣나?

슈퍼를 지나 빈 상가 앞에 선다. 현정의 집을 마주 본 영연은 갑자기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우웩 우웩 큰 소리를 내며 구역질하기 시작한다. 먹은 게 없는지 누런 위액만 바닥에 후두둑 쏟아진다.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은 꼭 현정의 집을 향해 절하는 모양이다. 거대한 불상 앞에 귀한 것을 바치고 제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며 비는 듯.

미윤은 그 꼴을 보고 있으니 안 그래도 뒤틀리는 속이 더 울렁거린다. 살면서 별 더러운 꼴은 다 봤지만, 죽기 직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장면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지금 이 순간을 택하겠다.

엎드려 절하듯 구토하던 영연은 갑자기 소리를 멈춘다. 흡사 티브이 리모컨 음소거 버튼을 잘못 누른 느낌. 자기가 토한 바닥에 이마를 박을 기세로 허리를 숙이는 그는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잘한 일이다. 이건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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