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전, 짧은 글.
갑작스러운 비명. 귀 따갑단 불평할 새도 없이 눈을 사로잡는 연못의 풍경. 지옥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닥까지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함을 자랑하는 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유유자적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이긴 했다. 항상 맑은 공기는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꾸역꾸역 버텨온 내가 느끼기에 이곳은 가슴을 뚫어줄 만한 신선함이 있었다.
이제는 둘 중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진득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물 위로 둥둥 떠 있는 물고기는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마치 약을 발라 녹인 듯 비늘과 살 일부가 뜯기고,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 뼈와 내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못 안에 들어가면, 물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듯했다. 새까맣고 끈덕진 물이 연못 주변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바람이 불거나 연못에 무언가 흐르는 것도 아닌데 검은 수면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연못 밑바닥이 부글부글 끓기라도 하는 걸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달려온 이웃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에워싼다. 누구 하나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는지 입을 벙끗거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연못 마을을 없애고 다리가 놓아지길 간절하게 바라던 이들마저도 말을 잃었다. 미윤 또한 마찬가지다. 연못이 없어진다면, 그 위로 도로를 덮는 모습만 상상했지, 연못 자체가 썩어버리는 모습은 떠올려 본 적도 없고,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잊을 정도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때, 임순희 어르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휘청거렸지만, 찰나라도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본 게 얼마만인가.
어르신이 바람에 꺾인 나뭇가지처럼 흔들린다. 그 모습에 먼저 팔을 뻗은 건 현은이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현정은 새까맣게 변한 연못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평소였다면 ‘어쩌면 저렇게 가만히 있냐, 사실은 어르신이 바닥에 고꾸라지길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냐’며 듣기 거북한 말을 쏟아냈을 현은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 덜덜 떨리는 팔로 어르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겨우 붙잡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