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지 감도 잡지 못하는 주민들 틈에서 미윤은 코를 쥐었다. 냄새가 콧속까지 깊게 스며들었는지 틈을 찾을 수 없도록 손에 힘을 주어도 소용없었다. 양 관자놀이를 잡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괴로웠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충격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악취 때문에 참을 수가 없으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연못은 되살릴 수 없는 상태에 빠진 듯했다. 썩은 물을 다 퍼내고, 죽은 물고기 수대로 무덤을 만들어 묻어도 짙게 끼인 악취는 사라지지 않을 듯했다. 악취조차 느끼지 못할 만한 충격이 잠시나마 머물렀다 사라지고 난 지금,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잘 보이기 시작한다.
희운은 금방이라도 통곡할 듯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러다가 새까만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물고기를 자기 자식처럼 여겼다고 하고 싶은지, 두 팔을 허우적거린다. 나름대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싶은 모양인데, 보기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중심을 잘못 잡아서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석혁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놀라지 않았던 건 아니다. 분명 당황해서 굳은 표정이 남아 있다. 내가 그를 봤을 때, 그의 표정은 천천히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술에 찌든 표정. 항상 탁한 눈동자와 반 정도 감긴 눈꺼풀. 머릿속을 열어보면 오직 술의 종류만 나열되어 있을 거다.
두 손을 꼬옥 맞잡은 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임순희 어르신과 현은을 보며 코웃음 치고 싶은 걸 참는다. 누가 보면 나라 망한 줄 알겠네. 아니 나라가 망해도 저렇게 울진 않을 거다.
서울 여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아무래도 멀쩡한 연못을 덮어버리겠다고 하면 거부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미 다 망가져서 썩은 내만 풍기는 연못을 덮겠다고 하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할 수도 있다.
감사하단 반응을 얻기 위해 해야 할 건 없다. 아주 작은 냄새만 나도 지독하게 퍼지기 쉬운 여름이니까 연못 악취는 금방 마을 안까지 퍼질 거다. 지금은 가까이 가야 냄새가 나는 지경이지만, 오늘 저녁만 되면 숨쉬기 어려울 지경이 되겠지.
미윤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됐기 때문에 내가 얻을 이득이 생긴다면, 나쁠 건 없다.
그나저나 지독하네. 이러다가 속옷까지 악취가 스밀 듯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우연히 바라본 영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놀라서 저러나? 하긴.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이 마을을 위해 살았던 이장의 아내이고, 마을을 위해 산 당사자이기도 하다.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영연은 썩은 연못을 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죽은 물고기 때문에? 마을 잔치를 하자며 돼지를 잡을 때도 징그럽다고, 징그럽다고 그렇게 진저리를 치던 여자였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고개가 기름칠한 지 오래 지난 철 덩어리처럼 삐걱거리며 현정에게 향했을 때, 미윤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직감한다.
현정은 필사적으로 영연을 피하고 있다. 절대 그쪽을 보면 안 될 사람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앞만 본다. 그렇다고 해서 연못을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 또한 연못이 있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이상한데, 어느 순간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고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돌리고, 다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우물거린다.
누가 보더라도 무슨 일이 있구나, 직감할 수 있을 모습이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이 왜? 보상금을 받고 이 마을을 떠난다는 의견이 같으니, 서울 여자들이 연못을 덮어버리기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눈빛으로 나눴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영 찜찜한 이유가 뭘까.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예감이 강하게 스친다. 미윤은 고개를 숙인 채, 제발 누군가가 먼저 이 자리에서 떠나주길 바란다. 언젠가 떠나겠지만, 처음으로 떠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