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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Oct 20. 2016

은행 털기 작전 모의

8퍼센트 프로덕트팀 워크숍

내일 새벽 3시에 XX은행에 대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니 모두들 각자의 역할을 숙지하시라!
사실은 회사 UI에 대한 리뷰를 진행 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8퍼센트 프로덕트팀은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 장소가 상당히 독특해서 나중에 사진을 살펴보니 은행을 털기 전날의 작전 회의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8퍼센트는 은행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노리고 있긴 하다. 물론 당연히 합법적인 방법으로. 

늦은 봄에 다녀온 워크숍에 대한 내부의 평이 좋았기에 계절별로 한 번씩은 가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프로덕트팀의 하루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요일 5시에 워크숍을 가기로 결정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워크숍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신 팀원분들이 고맙다.


워크숍 준비라는 것은 대단할 것이 없다. 위키에 워크숍 페이지를 만들고 스케줄 적어둔다. 그리고 약간의 잔소리와 함께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워크숍 전날이 되면 모든 사람들의 발표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그럼 워크숍에서 내 마음대로의 기준으로 재미있었던 발표를 소개해본다.

첫 번째로 대학교 때 볼링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볼링 덕후 박문수님의 볼링 이야기다. 볼링의 규칙부터 볼링을 잘 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해 주셨다. 무려 레인에 바르는 기름의 패턴이 정해져 있는 것만 아니라 그 패턴이 다양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발표는 최진님의 "UI 가이드라인 퀴즈퀴즈"다. 모바일 UI 가이드라인에 맞춰 8퍼센트 서비스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제시했다. UI 디자이너가 스스로 제품의 UI를 지적했으니 자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달달한 상품을 걸고 사람들의 경쟁을 이끌어 내면서 마지막에는 누가 일등 인지도 모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세 번째는 다양한 곳에서 덕력을 자랑하는 개발팀 막내 혜옥님의 "차"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교양 수업을 듣는 것처럼 세계 역사를 곁들여 차를 소개해 주셨다. 하지만 "커피", "녹차", "홍차" 3가지밖에 모르는 나는 발표 막바지의 "내가 좋아하시는 8가지의 차에 대한 소개"에 이르러서는 죄송하지만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워크숍의 1등에 빛나는 세바님의 라이브 코딩 쇼다. 간단하게 스위프트로 웹뷰앱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셨는데 사람들의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내셨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코딩을 하는 그를 보며 우리는 밥로스 아저씨를 떠올렸다. (그냥 이렇게 슥슥슥 내린 다음에 옆으로 슥슥슥 해주면 됩니다. 참 쉽죠?) 나는 날로 먹은 발표라고 생각해서 세바님께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1등을 하시길래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고 디자이너 선영님이 세바님을 따라서 앱을 만들어 온 것을 보고 인정하기로 했다.

5시에 30분에 시작해서 9시 30분까지 4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발표로만 달렸다.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이 4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줄까?

첫 번째는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공유다. 사실 15분의 발표를 통해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기는 어렵다. 다만 각 구성원이 최근에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가를 공유하는 것은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일일 미팅에서 어제 한일을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두 번째는 발표를 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은 소규모라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사실 발표를 하려고 하면 발표를 할 수 있는 곳도 널려 있지만 그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워크숍같이 익숙한 사람들 앞에서 하는 발표는 앞으로 각 개인이 다른 곳에서 발표를 할 때의 문턱을 낮춰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은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라는 것이다. 프로덕트팀은 8퍼센트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사실은 내부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나눠져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모두가 함께 하는 무엇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워크숍은 모두가 함께 준비해서 모두가 동일하게 참여하는 행사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색다르다.


워크숍의 마지막은 역시나 술이다. (어떤 경우에는 워크숍의 시작도 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4시간의 격렬한 발표로 인해 다들 꽤 지쳐 있어서 가볍게 맥주 한잔만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물론 그 뒤에 노래방을 간 멤버가 있다)

내가 나온 유일한 구도이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 나온것으로 고른다.

참 즐겁다. 워크숍을 마치고 나오는 동료들의 얼굴을 기억해 보면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어렵지 않다. 그저 우리가 함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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