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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Jan 27. 2021

외식업과 싱어게인 30호의 관계

※오늘은 '경영자 마인드'의 연재를 쉬고, 외식업 성공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경영자 마인드'는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집니다.

가끔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고객님, TV와 인터넷을 연결하시면 할인 혜택을......"

여기까지만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아는 저는 중간에 무례하게 말을 끊습니다.

"저.... 집에 TV 없는데요?"

그러면 상대도 무례하게(?) 말없이 전화를 끊습니다.

이런 전화에 응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저의 집에는 실제로 TV가 없습니다.

TV를 없앤 지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큰 불편함이 없는 건 유튜브를 통해 TV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제가 요즘에 '집에 큰 TV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보통의 취침 시간은 저녁 11시 30분 전후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건데요.

요 몇 주간 월요일에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잠이 들게 됩니다.

당연히 다음날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지 뻔히 알면서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큰 TV를 갖고 싶고, 월요일에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건

노래 잘하는 엄청난 괴물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푹 빠진 겁니다.

싱어게인 공식 포스터

두 명의 가수가 매주 월요일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보이스를 갖고 있는 여성 가수 47호입니다.

(싱어게인은  톱10이 돼서야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요아리라고 합니다. 예명이겠지요.)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처음 듣는 목소리였습니다.

jtbc 유튜브 화면 캡처

47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몸의 곳곳에 가시가 돋친 듯 소름이 올라옵니다.

신기한 것은 들을 때마다 그렇다는 겁니다.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인 가수 이해리 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음악이 미술 작품처럼 전시된다면 이런 음악이지 않을까요?"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였습니다.


47호는 이런 목소리를 갖고도 그동안 무명의 시절을 보냈고,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 공포증까지 갖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다른 가수는 30호 남자가수입니다.

(그는 톱10에 진입했고, 자신의 이름을 이승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첫 등장부터 남달랐습니다.

오디션에서 하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한 말을 쏟아낸 건데요.

jtbc 유튜브 화면 캡처

"나는 남들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가수다"

"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겠다."

"나는 애매한 사람이다. 계속 살아남고 환대를 받는 게 어리둥절하다."


이런 말에도 그가 살아남고 환대를 받는 이유는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때문입니다.

매번 듣는 사람을 혼돈에 빠뜨릴만한 놀라운 무대를 보여주는데요.


이전에 듣지 못했던 독특한 창법, 이전의 노래와는 전혀 다른 편곡,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무대 퍼포먼스로 50대 중반이 넘어선 사람의 마음까지 빼앗아 버립니다.

심사 위원장으로 참석한 작곡가 유희열 씨는 30호의 노래가 끝나자

'너 누구야?'라며 소리를 지르며 서태지, 장기하 등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47호와 30호라는 가수들에게 빠진 이유를 말이지요.


'독특함'이었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모두 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는 게 

요즘의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게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 앞서가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말만 잘한다고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고,

맛, 서비스, 청결을 갖추었다고 식당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USP(Unique Selling Point)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꼭 알아야 할 판매 기법입니다.

쉽게 '와~, 혹은 와우WOW 포인트'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외식업에 몸담고 나서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USP의 관점에서 식당을 보게 됩니다.

사진 출처 ; 파워포인트 스톡이미지, 편집 ; 보보멘

어느 칼국숫집에서 저의 두 주먹을 합친 것만한 고춧가루 통을 보고 '와~'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배달 시킨 음식의 영수증에 사장님이 손글씨로 간단하게 적은 글을 보고 별점을 다섯 개나 쐈습니다.

된장찌개에 애호박을 크게 4분의 1조각 썰어 넣은 것을 보고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한 가수의 음악을 몇 번씩이나 되돌려 듣는 이유는 가수가 주는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한 식당을 계속 찾아가는 이유도 그 식당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주 독특하게도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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