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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Nov 21. 2023

거리와 거리


요새 거울 보는 일이 잦다. 주름이 더 늘었는지, 머리카락이 얼마다 더 자랐는지 거울을 들어다보고 있으면 생체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얼마 전, 버스 안에서 할아버지를 보고 자리를 양보했는데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 올 순간이기에 전보다 내 마음이 약간의 동요가 이는 듯했다. 사람들은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처럼 전철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나’는 존재했었나 싶을 정도로 어떤 날은 안개가 자욱해진 강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인생의 장면에서 주동자가 되기도 하고 반동자가 된다는 게 가끔은 ‘이상’ 시인의 오감도처럼 전봇대 위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까마귀의 시점 같다(개인적인 견해다)


한 번은 핸드폰을 아예 꺼놓은 적이 있다. 어떤 날은 수신 메시지가 하나도 없던 날도 있다. 점점 소식과 소식이 뜸해진 사이에서 정하나 떼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사이에서 연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루하루를 반복적이고 이중적으로 살다가 언젠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결국 어느 시점에 도달하게 될까. 역행과 순행, 직진과 후퇴, 이성과 감성 뭐든 그 간격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종적인 결론이다.


퇴근길에 손톱달



 

그림, 구본웅이 그린 이상, ‘친구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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