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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Nov 28. 2023

새로운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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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매년 트리를 즐겨 만드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에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에 대한 애착 또한 있어서 타투도 새겼지만 —크리스마스 별 거 아닌데 유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크리스마스가 신경이 쓰였던 게 솔직한 마음 같다.


한동안 회사-집-스터디 카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걷고 뛰고 움직이는 하루하루가 정신없고 또 어떤 날에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퇴근길에 패딩을 꽁꽁 감싸고 걷는 다른 누군가의 지친 표정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다면은 못된 심보일까.


그럼에도 바람은 잘만 불었다. 계절이 아직 가을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믿지 않았다. 낙엽이 다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로 손돌바람을 맞고 있는 나무를 보며 —조만간 눈은 틀림없이 온다— 그러면 눈은 눈대로 나무 위에 앉을 것이며 다시 눈이 녹게 되면 나무는 꼿꼿이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사계절 동안 나무는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건 나무의 잎과 색 같은 아주 사소하고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밖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의 내면과 육신은 나조차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 나무와 다르다면 다를 것이다. 회오리바람과 티끌 속에서 실눈을 뜨고 가까스로 버티는 신념과 열정은 이제 없지만서도.


앞으로 떠나보내는 날들이 아무렇지 않은 반면에 작은 흠이라도 지나치게 미화되어 그리움으로 변할까 봐 무서운 게 이 시점에서는 큰일이라고 하면 큰일인 것 같다.


11월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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