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진 Dec 12. 2023

알 수 없는 우리의 온도

마음에게



가끔 날씨를 핑계로 연락을 한다.

날씨가 추우니까 눈이 오니까 비가 오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쑥 연락하기에는 그것만큼 좋은 핑계가 없다— 엊그제 날이 따뜻했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날이 더워 코트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달까.


이상했던 날이다. 동네 슈퍼에서 채소를 사는데 소주 한 병을 계산하는 노인을 보았다. 뒤이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우연히 그분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거리의 적막 속에서 회색빛 땅거미가 젖어들고 있었다. “한 사람은 개미보다 작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미도는 말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개미환각을 겪는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극심한 피로와 외로움을 느낄 때 겪는 현상이라는데 개미까지는 아니어도 그것과 비스름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한 번은 빛도 없는 곳에서 그림자의 움직임을 보았다. 전부터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때때로 변해가는 계절을 통감한다. 그러다 보면 세월의 교집합이 무지에 가깝다. 또다시 비가 한차례 내리면서 추워진다는 변덕스러운 날씨 소식에 한 사람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어제는 겨울이었지만 내일은 어떤 온도로 나타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 또한 알면 알수록 미지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맘 한구석 알아차릴 수 없는 유일한 이유일테다.

 




이전 07화 첫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