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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Dec 19. 2023

이 길은 우연이라 말할게

겨울 단어들



 

그저 해프닝 하루이틀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늘 있는 흔하디 흔한 뻔하디 뻔한 아주 시시콜콜한 이야기 중에 하나일 뿐인데, 어떤 날에는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대 인간이라는 일대 일 비율로.


계속해서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면? 그런 결과는 끔찍하겠지만 —그저 해야 되는 일이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이정표일까.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사건과 감정과 우연 속에서 단 한 개의 진실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정답지가 없는 삶의 일부분일 것이다.


이리저리 흔들기 바람에 춤추는 주유소 인형처럼,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부표처럼. 인간에게는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신체’가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의학개론) 역으로 정신의 뿌리는 신체에 영향을 받을까. 아니면 인간 그 자체로부터 생겨나는 ‘의식’인 걸까.


나의 과오는 인정이다. 하지만 현실의 불합리한 논리를 타인에게 정당화하려는 나의 태도가 과연 일말의 거짓도 없는지는 가끔 의문이다. 지금처럼 가장 추운 겨울밤에는 자신을 잘 은폐하여 노출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얼음이 갈라지면 그 안에 있는 균열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소설 인간실격의

첫 문장이다. 그다음 문장은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에는 ‘인간‘의 존재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기준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삶에 빗금을 긋고 원 하나 그리기가 애매해졌다.


눈이 내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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