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이 왔고 지나간 것들에 대해 곱씹느라 시간은 벌써 1년인가 했다.
나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제’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를 떠나보내야 하는 일종의 작별 인사였던 것 같다. 그래야만 맘속에 켜켜이 쌓인 미련까지도 후회로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청춘의 반을 보냈다. 서른이 되었을 때는 스물아홉이 끝인 줄 알았더니 서른의 반이 지나 온 시점에는 현재가 끝인 것 같다.
주변에 하나 둘 결혼과 출산과 이혼과 같이 삶의 전반적인 사건 소식이 들리면 그제야 내 나이도 놋그릇 못지않게 이제는 다듬지 않으면 푸른 녹청이 생기게 되겠구나 싶다.
삶이란 무엇일까. 자꾸만 곱씹을수록 텁텁한 쓴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주 잠시나마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감성적인 생각을 꺼낸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며 스스로에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보낸다. 작별하듯 짧기만 한 십이월의 밤이다. 나는 못내 아쉽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