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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Nov 19. 2023

치일 때 오는 듯하다 너는

오길 바랐건만



창문을 반쯤 열었습니다

여름인가 하여

(더 열어볼까) 하다가


종이에 베인 손가락처럼

겪기 전에는 모르는 일입니다

알아차리는 순간까지도


밤이 언제부터 왔는지

여름이 언제 겨울로 둔갑해서 나타났는지

(더 닫아야겠다) 했을 때


여름은 끝났으니까

녹지 않고 쌓인 물음들이 얼음으로

바뀌어서 방안이 춥습니다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몇 개의 이름이 죽었습니다


실패한 저녁마다 사인 불명으로

가득 시체가 쌓일 때는

창문을 열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지독한 냄새만이 남아서

최대한 문을 열고 코를 막고

울음을 참았습니다




삶에 치일 때 오는 듯하다 너는.

대부분의 날들이 정신없이 복잡하고 바쁘다.

왜 이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반복적인 삶인데

매일매일이 높은 허들을 뛰어넘는 기분이다.

그럴 때마다 한 줄이라도 끄적이면 제자리를 찾는 것 같고 몇 줄의 문장이 넋두리로 남았으면 좋겠어서 메모장에 있는 글을 옮겨 적는다. 그래야만 머릿속에 남은 잔재를 없애고 산뜻하게 시작할 것 같아서.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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