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에서 케이크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설 연휴는 끝났지만 추가 연차로 쉬는 날이었다. 오늘 아침은 영상권으로 출발한다는 날씨 소식에 드디어 초봄이구나 싶었다. 온화한 하루였다. 모처럼 기침도 없이 일어난 아침이 반가웠고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벽에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뭐든 시작하기 좋은 적기다. 종아리 깊숙이 뭉쳐있던 근육통이 풀리듯 때때로 긴장을 풀고 안정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글에서 멀어지는 것 같고 매일 6시에 일어나 출근길에 오르면 사람으로 가득한 곳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내 모습이 지옥철만큼 끔찍했다.
그럴 때면 커피 한잔을 샀다. 그것은 각성제처럼 사람을 중독시킨다. 어쩌면 잘할 수 있다는 무한한 믿음이나 의지가 필요했던 것일까. 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용기일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확신을 얻고 싶은 착각에서 비롯된 중독 상태일까. 현실에서 고민과 걱정을 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커피, 담배, 술뿐이고 그나마 술과 담배는 맛이 없다는 게 어쩌면 내겐 다행일 것이다.
봄이 또 올 것 같다. 한동안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까지 포근히 잘 펴질 수 있기를. 그래도 혹독한 겨울바람에 주름이 하나 늘어났다는 건 지난 1년을 잘 견뎌준 나무의 나이테 또한 그만큼 굵어졌다는 것이겠지. 세월의 모양이 좀 더 동심원을 이룬다는 것은 삶에 대한 태도가 전보다 유순해졌다는 뜻일까.
푹- 포크로 케이크 한 조각에 남은 부분과 다 식은 커피를 입에 넣고 있으면 어느덧 시계는 오후 3시. 그렇게 별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다. 하루를 2분의 1로 따지면 세월이 나의 뒤를 몇 발자국 추격했다는 것. 어제보다 더욱 온난해서 걷기 좋은 봄의 초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