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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Feb 06. 2024

행운을 가장한 어느 평범한 하루처럼


’행운은 막연하지만 행복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스치듯이 읽었다. 간판에 적혀있는 문구를 읽고 나서 나는 “무엇보다 당신의 안위를 위하여” 맘속에 있던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며칠 전 입춘이라고 하길래 아침에 일어나 공원을

산책했다. 햇살은 전보다 훨씬 따듯해진 기분이었고 주변에는 할아버지 한 분과 길고양이 한 마리가 걷고 있었다. 올 겨울에는 지겹도록 감기를 앓고 살았다. 그럴 때마다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잠, 질병, 기억, 날씨, 죽음. 생각만 해도 많은 것들이 내 주변에서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걷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인 것만 같았다.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 역시 도망치지 않고 햇살을 맞고 있으면 정말 봄인 것 같아서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괜히 설레게 된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발음해야만 한다.“* 한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면 언젠가 사랑을 해야만 하겠다 작정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해 봄이었고 서울의 장례식장이었다. 햇살은 나른했지만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나날들. 이제는 지나갔다.


그래서, 어쩌면 무언가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담담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마치 행운을 가장한 어느 평범한 하루처럼.


2월 오후의 고양이



*최승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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