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막연하지만 행복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스치듯이 읽었다. 간판에 적혀있는 문구를 읽고 나서 나는 “무엇보다 당신의 안위를 위하여” 맘속에 있던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며칠 전 입춘이라고 하길래 아침에 일어나 공원을
산책했다. 햇살은 전보다 훨씬 따듯해진 기분이었고 주변에는 할아버지 한 분과 길고양이 한 마리가 걷고 있었다. 올 겨울에는 지겹도록 감기를 앓고 살았다. 그럴 때마다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잠, 질병, 기억, 날씨, 죽음. 생각만 해도 많은 것들이 내 주변에서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걷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인 것만 같았다.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 역시 도망치지 않고 햇살을 맞고 있으면 정말 봄인 것 같아서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괜히 설레게 된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발음해야만 한다.“* 한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면 언젠가 사랑을 해야만 하겠다 작정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해 봄이었고 서울의 장례식장이었다. 햇살은 나른했지만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나날들. 이제는 지나갔다.
그래서, 어쩌면 무언가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담담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마치 행운을 가장한 어느 평범한 하루처럼.
*최승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