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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Feb 27. 2024

당신에게도 믿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 마을에서 증조할머니는 유명한 무녀라고 하셨다. 여러 명의 사람을 데리고 다니시면서 굿을 하고 점괘를 봐주었는데 나의 할머니는 그런 증조할머니가 무서우면서도 대단한 여장군이라고 하셨다.


시골에 사셨던 할머니는 보름이면 장독대에 물그릇을 놓고 기도를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거 다 미신이야 할머니” 이렇게 말하면 할머니는 “미신이든 아니든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이 하나씩은 있다“ 믿고 싶은 것이라… 그때는 그런 게 어딨냐고 콧방귀를 뀔 정도로 실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영화 <파묘>를 극장에서 보았다. 오컬트 영화치고는 무거운 역사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서 오히려 몰입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극 중 무당 ‘화림’의 역할을 보면서 영화 내내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증조할머니를.


오랜 기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뿌리가 깊은 나무처럼 평생을 기도 하는 삶이란 무엇일지 가늠할 수 없지만, 삶은 유한하고 인간의 목숨은 제한적이다. 오로지 자연만이 존재로써 영원할 것 같다. 어젯밤에는 비가 왔고 오늘은 안개가 자욱한 아침을 맞았다.


세월은 흘러 흘러 수십 년이 지났고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와 신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종교도 없고 믿는 신 또한 없다. 완전한 무신론자도 아니고 유신론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신념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게 사는 동안 가장 어려운 길이라 믿는다.


2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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