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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Apr 02. 2024

뜻밖에 점처럼


어떤 날은 운이 좋다. 1분 30초 만에 가까스로 버스를 탔다. 놓칠 것 같았다. 내게 운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머나먼 꿈, 미지의 세계 같았다.


그러니까 그 운이라는 건 태어났을 때부터 물고 나오는 보석 같은 것이었다. 한 번은 우스운 이야기지만 로또 5만 원에 당첨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송년회에서 ‘한우 세트’에 당첨됐던 적이 있다. 제비 뽑기로 번호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그때 내가 갖고 있던 번호가 운이 좋게도 뽑혔다.


정말 순전히 운이고 우연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불운처럼 힘겨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연이은 회사 파업과 여러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신과 이별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문제까지 계속해서 나를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시켰다.


“사는 게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얼마만큼의 고통을 받아야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 삶이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을까?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 세상에서 나라는 인간이 가장 불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영락없는 비관주의자다. 그렇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낙관론자였고 한때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다. 지금도 역시 그 몇 프로를 버리지 못해 스스로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는 버스도 놓치지 않았고, 창밖의 뉘엿뉘엿 넘어가는 짙은 석양을 바라보며 ‘언젠가’ 그 언젠가를 잠시나마 노래 부르듯이 말했다. 긴 겨울이었다. 작년에 유독 빨리 피어버린 벚꽃에 올해는 또 꽃이 피지 않아서 늦어지는 개화에 당황스럽다는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 뉴스 인터뷰를 보았다.


하물며, 꽃도 피고 지는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데 기껏해야 나라는 인간이 앞으로의 삶에 대해 ‘좋다 나쁘다’ 섣불리 점칠 수 있을까. 그저 하얀 목련 꽃 질 때면 “봄도 이제 지나가는구나” 하는 수밖에. 오늘도 하루가 길다 하면 길고 짧다 하면 짧은 거짓말 같은 날이다(오늘은 4월 1일이다)


학교 앞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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