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성모 마리아가 썼다는 베일을 보관하고 있는데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라고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150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이루어진 성당내부는 웅장한 고딕양식의 겉모습과 다르게 독특한 푸른색의 빛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겸허한 모습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스스로를 받아들일 태도까지 저절로 취하게 되는 곳이다.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있었다.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그 순간만큼은 신에게 구원을 바랐다. 지금껏 살면서 딱히 좋은 일을 한 적도 없지만 그래도 남에게 해코지하면서 살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건과 사고를 마주하게 될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었겠는가.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이 어떤 죄는 평생토록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심지어 내 속에 있는 ‘나’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어제는 퇴근길에 친한 후배와 술 한잔을 기울였다. 봄날에도 불구하고 날이 매우 흐렸다. 걸어도 걸어도 소리 없이 낙화하는 벚꽃 잎이 두 눈을 간지럽히는데 ”봄은 짧다” 작년 이맘때쯤 홀로 첫 프랑스 여행을 준비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여행을 준비했던 날들이 이제는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여담이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4월은 여러 슬픔과 기쁨이 혼재되어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로 봄을 점하고 있고 들판에 풀들은 한껏 부풀어 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