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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Apr 23. 2024

밤잠을 설쳐도 너는 알 수 없고


안정과 권태감 그 사이에서 돌이켜 생각건대 여유란 무엇일까. 요즘 같이 하루하루 팍팍하다고 느꼈을 때는 심적으로 더욱더 여유가 없는 것 같고 어쩌면 ‘자유롭다’라는 표현이 ‘여유롭다’라는 말과 같을 수 있다는 단순한 나의 결론이다.


가끔씩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다 내려놓고 아주 멀리 그리고 꽤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럴 때면 삶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해 보아도 이제는 그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내 의지대로 삶이 흘러가고 있지만 반대로 또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좋은 선택만 했냐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지 책임이 따르고 결과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인간이 자주적인 생각을 어디까지 하고 어느 지점에 도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마치 본능적으로 감정과 이성이 뒤틀릴 때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주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했다. 계절은 봄날에 있는데 어떤 날은 눈밭을 걷는 설야라는 것을. 그럴 때면 퍽 허전해서 뭐라도 좀 손에 들고 가야 넉넉해지는 밤이다.


요즈음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공연히 헛돈을 쓴다. 제 나잇값 못 하는 것 같은 기분이고 이대로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매일 밤을 보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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