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지면 열매가 생기는 거래요”
퇴근길에 A후배가 말했다. 나는 왠지 그 말이 “슬픔뒤에는 반드시 기쁨이 온다 “라는 말처럼 들렸다.
이번 봄은 유독 짧았다. 봄이라고 예쁘게 꾸미고 싶었는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외투를 구매한 것이 후회가 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몹시 적적해서 언니한테 카톡을 보냈더니 며칠 전에 호된 감기몸살이 걸려 고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게 미안해서 ‘지금은? 괜찮은 거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 못했어 ‘ 이런 구차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또 하루는 꿈에 할머니가 나타났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꿈속에서 조차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참고로 꿈의 내용은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받아서 통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매우 기뻤다. 어쩌면 그 순간이 실제이길 바랐던 나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어떤 날은 생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괜찮아질 리 없는 마음을 꾹꾹 눌러 삼키면서 “괜찮다” 안심하였다. 비가 오고 목련도 벚꽃도 모두 떨어지고 사라진 이후에.
봄의 시작과 끝이 한 뼘 차이로 자라났다 멈췄다 반복하였다. 한낮에는 기온이 27도까지 오를 만큼 더웠던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렷해지는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니까. 그러한 새벽에는 달조차 경직되어 어둠의 장막에 싸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