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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Apr 30. 2024

바다이길


창 너머로 나무가 흔들린다. 우리는 이유도 없이 흔들리고 정처 없이 떠돈다. 여행길에 만난 사랑스러운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언제 지었던가.


작년 가을쯤에 속초로 떠났었다. 그러고서는 새로운 글을 브런치에서 연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다. 곧 있으면 이 연재도 마무리 짓게 다는 생각으로 떠났던 강릉이었다.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울고 웃고 화를 낸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 아닐까 하면서도 이런 푸념을 글로 늘어트릴 때는 대체 글을 쓰는 건지 감정을 쓰고 버리는 하나의 감정 쓰레기통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쯤이면 바다가 어김없이 보고 싶었다. 해마다 찾는 바다지만 이번에는 다른 측면으로 바다를 그리워했던 것 같다. 하기사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는 말보다는 어쩌면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원했다는 말이 맞다.


어떤 일이든 매일이 반복이면 실증 내기가 쉽고 어느 때보다 지금의 일상에 지쳐있는 찰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여행은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같았다. 그리고 좌표가 없이 하늘과 물로 가득 찬 망망대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가 생겼다.


한 번은 한밤의 가로수에 에메랄드빛이 도는 것이 꼭 봄인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딱히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십 년 전에 나와 이십 년 후에 나는 딱히 다를 것이 없을 테고 지금의 신세타령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핑계로 사랑을 미루는 얄팍한 마음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휴식기에 소홀하지 않는다. 심장 박동의 임의의 순간부터 다음 박동까지 계속해서 뛸 수 있게 만드는 휴식기처럼 삶은 휴식기를 거쳐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듯하다.


어느 순간, 매일 지나가는 곳에 들꽃이 폈지만 바라볼 여유도 없이 다시,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모래처럼 한 줌밖에 안되었으니 말이다.


노을과 사람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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