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밤에 든 생각
걸었다. 장막을 걷고 넓은 사막을 보았다. 구름이 지평선까지 내려와 모래와 섞였다. 끝없는 모래 위를 걸었다.
자고 일어나면 없던 산이 생겼다. 또 다른 날엔 있던 산이 사라졌다. 정해진 길이 없었다. 방향도 모르고 걸었다.
구름의 방법은 섞이고 사라지는 것. 모래의 정체는 흩어지고 무너지는 것. 걸었다. 온몸이 구름처럼 적적했다. 진심이 모래 위에 덩그마니 놓여 있다.
땅이 진동한다. 발바닥이 뜨거워 욕을 한다. 바위가 갈라지고 물이 솟구친다. 어떤 마음은 심장이 아니라 무덤에서 나온다.
다시 길을 걷고, 밥을 먹고, 타인을 조롱하고, 거짓말을 하고, 핍박을 하고, 멸시를 당한다. 한 달이 지나면 산에 올라 반성한다.
부자가 되기 싫은 마음들이 통곡을 한다. 구름은 두려움처럼 따라온다. 몸이 따라온다. 시체가 따라온다. 병사들이 따라온다. 기쁨이 따라온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이 세계에 충성하고 싶지 않다. 사랑하고만 싶다. 장막을 열었다. 구름이 지평선까지 내려와 거리와 섞였다.
__이재훈 시인, 생물학적인 눈물
어느 날은 하루가 더디게만 느껴진다.
또, 어느 날은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일상이 가끔, 숨 쉴 수 없이 답답한 기분이 들 때면 아무런 노래 없이 조용히 조명만 켜놓은 상태로 인센스 스틱을 꺼내서 향을 피운다.
그리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시집을 펴서 읽고 방안에 있는 어둠을 몸안으로 삼키는데… …
갑자기 어제 일을 떠올렸다가,
“아, 그거…. 아, 맞다. 그거 했어야 했는데 깜박했네….”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도 오늘을 돌이켜보며
“… 욕할 일도 없고 욕할 인간도 없다. 좋은 건가? 그래 뭐, 나쁠 이윤 또 없지….”
하루하루 목구멍에 밥을 넣고, 눈곱을 떼고, 옷을 입고 출근을 하고, 글을 쓰고, 걷고 운동을 하고, 퇴근을 하고 카페 혹은 집에 오고 반복적으로 매일 산다.
요즘 같은 4월에는 꽃도 많이 펴서 출퇴근길에 개나리, 벚꽃을 사진에 담고 눈에 담아 보지만 어쩐지, 예전보다 꽃이 엄청 예쁘다거나 봄이 그렇게 반갑지도 않은 날들이다.
때로는, 가장 눈부신 존재가 곧 잘 뼈를 때린다.
어떤 이상과 현실과 불안감. 세상으로부터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중에서 교묘하게 헷갈리는 행복의 감정. 그것이 나라는 존재보다 화려하게 보일 때 인간은 가장 작아지기도 하니까….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 다는 말,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전보다 조금 더 달의 위치를 살펴보는 어느 4월의 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