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삼척
소금기 진한 바람은 식당의 빛바랜 간판을 바꾸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모네 식당’은 ‘모네 식당’이 되었습니다.
곰치국의 간이 조금 진해졌지만 여전히 수련 같은 고명들이 가득 들어간 일이나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같은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일, 어제 자리한 곳에
오늘의 빛이 찾아 비치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었습니다.
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조금 전에 나는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이다.
살아왔던 날들을 더해 살아보지 못한 날들을 살고 싶은 것이다. 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의 목을 조르면서 분개하지 않겠다.
그래서 방금 떠나고 없다.
그곳에 가야만 하겠다고 멈췄다.
그해 가을,
나를 두고 멀리 떠났다.
저기 바다가 있고, 파라솔이 즐비하고,
눈 안에 일렁이는 사람들.
물가에 앉은 달이 당신 같아서 한참을 울먹였는데
그해 속초는
두고 올 것이 많아 저녁마저 오래 바다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다.
나는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