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첫걸음마를 시작할 때 보호자의 무릎 위에 앉는다. 태어나서 최초의 의자다.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단 하나의 의자. 사시사철 푸르고 곧은 나무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
어렸을 때 한없이 커 보였던 학교 운동장이 어느 순간 작아지고 의자 또한 쓸모없어 보인다. 하다못해 운동장의 그네, 공원의 벤치, 버스정류장 의자 등 어딜 가든 의자는 많고 공급만큼 수요가 크지 않을 때 사람은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기운이 없어서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앉을 곳을 찾는다. 앉기 전까지 뭉쳐있던 긴장과 고된 피로도 두 다리가 쉴 곳을 찾게 되면 금방 괜찮아진다. 그리고 이내 다시 갈 곳을 찾아 떠난다.
설령 술에 취해 의자를 던지고 어린아이가 낙서를 하고 지나가는 행인이 발로 차더라도 의자는 의자로써 그 자리에 있을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지난여름에 내렸던 폭우도 오늘같이 눈이 내리는 날에도 의자는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낌없이 주는 마음엔 한계가 없지만 그만큼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의 온전한 마음이 없었다면 과연 한 사람의 삶이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수없이 쌓아 올린 밤들과 고통과 인내를. 자신의 몸을 떼어내고 또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버려야 할 것은 많고 남겨진 것이 더 이상 없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집으로 가는 길 잠시 멈춰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멀리서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오는 한 사람.
그렇게 의자는 인고의 길을 묵묵히 잘 견뎌 왔던 것이다. 한 사람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