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과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고 정말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사람이다. 다독가도 아니며 미술에 대해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모든 활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조차도 어쩌면 이런 쓸데없는 짓에 시간을 투입하고 싶어 진다. 왜 그렇게 이런 곳이 좋을까? 나는 도서관과 미술관에 가면 왠지 여유가 느껴진다. 많은 전시회를 다녀본 것도 아니며 전문 컬렉터도 아니지만 전시회를 다녀오면 그냥 여유가 생긴다. 나를 생각하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예술의 효용가치는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여유가 있어야 할까? 전투적으로 한 곳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놓치게 된다. 그리고 쉽게 지치게 된다. 삶은 산을 정복하려는 태도로 살 수 없다고 한다. 때론, 주변을 봐야 하고 비록 정상을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는 길에 만나는 수많은 존재에 대해 감사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유가 필요하다. 삶이 너무 바쁘고 복잡하게 되면 본질이 흐려지고 탁해진다. 탁해질 때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미술관은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변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삭막하고 갑갑한 내 현실에 마치 짠하고 요정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마술이라도 부려서 나를 새로운 곳에 데려다줄 것만 같은 그런 설렘을 같이 제공해 주기도 한다.
도서관은 나에게 지혜를 줄 것만 같은 곳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책으로 꽉 찬 도서관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해지고 똑똑해지는 기분이 든다. 책을 읽어내는 것은 지혜의 힘을 기르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습관인 거 같다. 어떤 책을 읽노라면 재미가 있어 얼른 책장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고 또 어떤 책은 너무 복잡하고 얽혀있어 얼른 책장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러하다고 한다. 때론 이해되지 않고 복잡하고 두꺼운 책 같은 사람을 대하면 힘들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뿌듯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인내심과 용기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2022년은 나에게 정말 다이내믹했고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내가 변화할 수 있는 그리고 내 안의 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해였던 거 같다. 특히나 고생한 나에게 올해의 마지막은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를 주는 두 공간에서 휴식과 지혜를 얻고 싶다. 부디 이 공간에서 삶에 대한 여유와 지혜를 얻어 다가올 23년을 힘차게 보내고 싶다. 23년에는 좀 더 발효가 된 막걸리처럼 숙성되어 맛있는 말만 뱉어낼 수 있기를, 좀 덜 미워하고 더 많은 이를 껴안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게 닥친 힘듦을 잘이겨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