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날

조심해라는 징조겠지

by 따뜻한 불꽃 소예

어젯밤부터 남편의 컨디션이 별로였다. 그리고 아이는 시댁에 갔다 온 뒤 감기가 걸려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나의 신경 또한 같이 날카로워졌다. 아이에게 먹일 치킨을 에어프라이에 돌려놓고, 대충 설거지를 해놓고 보니, 시간이 벌써 8시다. 어제는 요가 가는 것을 스킵했다. 왠지 요가를 갈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아픈 남편 곁에 또 컨디션이 별로인 아이를 두고 가는 게 영 죄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대신, 씩씩하게 아이에게 먹일 치킨 살을 발라주고 맛나게 치킨을 먹는 아이 얼굴을 한번 보고 나니 기분이 또 좋았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잠을 재웠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냥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계속 다짐했다. 자기 전에 아래층으로 내려와 불경을 조용히 낭송했다. 드라마틱한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아직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황이 영 나아질 기미도 없지만, 나는 내 할 일을 끝냈다.


오늘 아침, 남편의 컨디션은 여전히 별로였고 아이의 감기 증세는 더 심해지고 이제는 눈까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간신히 동여매었던 내 정신줄이 나가버렸다. 부랴부랴 바쁘게 아침 준비하면서 아이의 눈에 인공눈물이라도 넣으려고 하는데 이 겁쟁이 녀석이 계속 협조를 안 해주자 참았던 분노가 확 튀어나왔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아이의 등짝을 확 때려버렸다. 아이는 나의 거친 행동에 울고 나도 아차 했다. 출근하기 전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가 네가 아픈데 잘 따라와 주지 않는 거 같아 나도 모르게 짜증 나서 그랬다고 그런데 그건 너무너무 잘못된 거고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나왔다.


오늘 아침은 그냥 그런 날인가 보다. 출근길은 평소보다 더 많이 정체되었고 지각도 했다. 근데, 그런가 보다 했다. 오늘은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시작이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진 않는다. 다른 누군가의 치병글에서 나온 사람처럼 8개월 만에 암이 완치되고, 또 다른 누군가처럼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받아 모든 불운이 사라진다던가 그런 기적은 아직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생을 잘 살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어려운 날도, 힘든 날도 있는 법이니깐 말이다. 그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대 품위를 잃치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할 뿐이라고 되뇐다. 기분이 좋치 않은 날에는 그것을 알아채고 나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ANTIFRAGILE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결국엔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by 니체

어흥 호랑아 나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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